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김동원 | 1995 | Documentary | B&W | DCP | 43min (E)

SYNOPSIS

문익환 목사의 방북 후, 그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로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문규현, 임수경의 방북 등 잇달은 통일의 열기는 점점 온 산하를 태우기 시작하였다. 문목사의 방북은 민중들의 가슴에 숨어있던 통일을 끄집어낸 것이다. 이 작품은 故 문익환 목사 89년 방북의 파장을 통해 통일운동에 대한 논의와 문목사의 통일관을 고찰하고 있다.

DIRECTOR
김동원

김동원

1986 <야고보의 5>

1988 <상계동 올림픽>

1990 <벼랑에 선 도시빈민>

1991 <하느님 보시기 참 좋았다>

1994 <행당동 사람들>

1995 <미디어 숲속의 사람들>

1997 <명성,6일의 기록>

1999 <또 하나의 세상 - 행당동 사람들2>

2001 <한사람>

2001 <철권가족>

2003 <송환>

2005 <종로, 겨울>

2008 <끝나지 않은 전쟁>

2017 <내 친구 정일우>

 

STAFF

연출 김동원
제작 푸른영상

PROGRAM NOTE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 기어코 가고 말거야 이건 /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 이건 진담이라고”1989년, 고 문익환 목사는 간밤에 꾸었던 꿈을 상기하며 이런 시를 썼었다. “잠꼬대 아닌 잠꼬대”. 그리고 그는 그해 3월, 정말로 평양으로 갔다. 여전히 엄혹했던 시절, 그리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그의 방문. 남한 당국과 여론은 공안몰이로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는
그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로 북한 동포들을 만났고, 금기의 인물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첫 만남의 순간은 강렬했다. 그저 점잖게 악수를 청하는 김일성 주석을 향해 문익환 목사는 거침없이 양팔을 뻗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문익환 목사가 어떤 사람인지 잘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동원 감독이 1995년에 선보인 작품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는 이 시기한국 사회 통일 운동의 중심이었던 고 문익환 목사의 통일 운동과 당시 전망에 관한 작품이다. 80년 광주항쟁으로부터 82, 85년의 미문화원 방화사건, 그리고 87년 민주화 투쟁과 이한열, 박종철 열사, 그리고 분신으로 치달았던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정점에서 돌연 실행된 문익환 목사의 방북. 곧 이은 임수경, 문규현 목사의 방북. 정국과 정세는 요동쳤고 통일은 훌쩍 가까워진 듯도 하였으나 이내 공안정국과 함께 멀어지고 잊혀졌다. 그리고 이 작품이 만들어진 지 벌써 23년이 훌쩍 지났다. 여전히 분단은 지속 중이며, 심지어 통일은 89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아무도 거리에서 통일을 부르짖지 않으며, 군중들은 사라졌다. 94년 1월 그 차디찬 공기 속에 문익환 목사의 급작스런 죽음을 애도하고 비통해 하며 만장과 함께 거리를 가득 채웠던 추모 인파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십 삼 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금 마주하는 영화 <하나가 된다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는 또다시 도래한 분단 역사의 전환기에 묘한 기시감과 회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움을 불러일으키
는 작품이다. 거리에서, 단상에서, 무수한 공간들에서 거침없이 통일을 염원하던 문익환 목사의 전율하는 목소리를 대신할 수 있는 이, 아무도 없음을 이 작품은 다시금 상기시킨다.

정지연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