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장편)

김민지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65min | 우수작품상

SYNOPSIS

4년 전 엄마 아빠를 따라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막살. 아직 한국어는 서툴지만 태권도는 누구보다 자신 있는 열세 살 소년이다. 가족 모두가 미등록 신분이라 늘 불안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막살은 드디어 격투기 대회에 나가게 되고, 엄마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딴다. 막살 가족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아갈 무렵, 엄마는 밀린 집세를 내기 위해 서울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때마침 서울에서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미등록 이주자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엄마는 밤늦게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경찰의 단속에 잡혀 몽골로 강제 송환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FREE WORLD라는 무지개가 움직인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유연한 노동. 그 공백을 메울 이주민의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 그 무지개를 따라온 한 가족이 있다. 그리고 마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해체당하는 비극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겪는 현실의 부조리를 지켜보면서도 스스로 기존의 질서 속에 편입되어 들어간다. 한 아이의 결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은 무엇인가. 성장하는 이주 1.5세대들에게 1세대 부모와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갈 희망은 존재하는가?

FESTIVAL & AWARDS

2012 제12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심사위원특별언급
2012 제9회 EBS국제다큐영화제
2012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2 제7회 이주민영화제
2012 제12회 전북독립영화제
2012 제12회 퍼블릭액세스영화제
2012 제17회 광주인권영화제

DIRECTOR
김민지

김민지

STAFF

연출 김민지
제작 안건형
촬영 김민지, 허철녕
편집 김민지
음악 첸 밍창
조연출 신부연, 김소희

PROGRAM NOTE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수가 140만을 넘었고,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한국은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주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를 얻길 원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과 다른 생김새를 가진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지만 더럽고 힘든 일을 한다는 이유로 멸시와 차별을 받아 왔다. 그리고 이제는 한 세대를 건너 이주민 2세대들도 점차 늘고 있고 이 아이들은 이주 노동자들이 받은 차별을 대물림해 받고 있다. 김민지 감독의 <학교 가는 길>은 차별과 가난의 질곡을 대물림하는 이주 노동자 가족의 고단한 삶을 냉정하고 조심스럽게 목도하고 있다. 몽골에서 이주해 온 막살의 가족은 카메라와 함께하는 1년여의 기간 동안 서서히 붕괴되어 간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술로 허기를 달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어머니는 G20 정상회담 기간에 벌어진 특별 단속에 걸려 몽골로 송환된다.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은 열세 살 소년 막살은 학원비 때문에 태권도를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멀지 않아 막살 역시, 그의 누나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공장을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도시 근교의 어두운 밤거리에서 위험에 방치된 채 뛰어노는 아이들. 그 위태로운 모습은 보호받지 못한 채 한국 사회의 주변부를 배회하며 새로운 빈민층을 형성하게 될 이주민 가족들의 섬뜩한 미래를 짐작케 한다. 막살 가족을 관찰하는 카메라의 태도는 냉혹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다. 주관적인 연민의 시선보다 냉혹한 현실을 함께 목격하길 바라는 듯하다. 하지만 명민한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게 비쳐 준다. 회색 하늘을 나는 철새들의 모습과, 이미지와 사운드의 변조를 통해 강조한 위험천만의 도로 위 아이들 장면, 카메라를 힐끗거리며 자전거를 타는 막내를 따라가는 롱테이크의 엔딩은 고급스러운 영화의 화법으로 관객을 이입시킨다. 마치 쉽게 설명될 수 없는 인간, 노동, 이주의 역사에 질문을 던지는 태도로 말이다.

허욱/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