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꽃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장편)

문정현 | 2007|Documentary|DV|Color|90min

SYNOPSIS

2001년 11월, 평생을 정신병으로 고생하던 작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연히 그 분의 일기를 보게 된 나는 어머니로부터 가족사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되었다. 전라남도 산골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계급, 이념간의 갈등, 살인, 집단학살, 남, 북, 그리고 일본땅으로 이산된 가족들... 역사책에서만 접했던 현대사의 비극이 내 가족 안에 있었다.

DIRECTING INTENTION

우연히 가족의 상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흔히 격동의 현대사라고 말하는 우리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우리들 윗세대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화해나 통일이라는 말은 쉽게 꺼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윗세대들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또한 그 상처가 후손들에게 전이될까봐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침묵 속에 살아왔던 외할머니와 가족들의 짐을 덜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FESTIVAL & AWARDS

2007 제11회 인권영화제
2007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문정현

문정현

2005 <슬로브핫의 딸들>

2006 <아프리카의 미혼모>

STAFF

연출 문정현
제작 푸른영상
촬영 정일건 외
편집 문정현
음향 표용수
음악 윤성혜

PROGRAM NOTE

평소 가족들의 이야기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감독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가족사에 담겨져 있는 특별한 아픔을 알게 되며 카메라를 든다. 해방 전후에 전라남도 작은 마을에도 있었던 지독한 좌우익의 갈등. 다큐멘터리 <할매꽃>은 당시 좌익운동을 했던 외갓집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6.25가 휴전되고 우익들의 차지가 된 남쪽땅에서, 몰락해 갔던 외가의 식구들. 그 가운데 가족을 돌보기 위해 묵묵히 삶을 희생해온 외할머니. 그리고 머나먼 타향 일본과 북에 살고 있는 또 다른 가족들의 오늘까지. 우리는 질곡의 역사를 통과해 온 한 세대의 기억을 더듬어간다. 카메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며 동시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며 낯선 카메라가 연출할 수 없는 깊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이러한 관계에 의해 인물들은 대상화되지 않고,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한 가족사를 차분히 풀어나가고 있다.
희미하게 빛바랜 사람들의 젊은 나날과 그들이 온몸으로 부딪혀야만 했던 역사의 소용돌이. 민주화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 지금, 어두웠던 현대사의 과거가 조금씩 밝혀지는 듯하다. 그러나 한 가족의 삶속에 유전되고 있는 역사의 아픔을 발견하며, 우리들의 민족사가 그저 진실을 규명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뿌리 깊은 것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한 가족의 상처를 씩씩하게 기억하게 하는 할매꽃의 생명력. 역사라는 거대한 자연이 만들어 놓은 험준한 장벽을 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 전진하고 있는 이유이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07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