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김지곤 | 2011|Documentary|Color|Beta|52min52sec

SYNOPSIS

부산의 산복도로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그곳에서 50년 동안 살고 있는 할머니들. 부산의 산복도로는‘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이름하에 대한민국의 산토리니’를 꿈꾸고 있다.
그 꿈속에는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도 포함되어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산복도로’ 라는 부산만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할머니들을 만나게 되고, 산복도로가 하나둘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라는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는 지금 2년간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이 작품은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갈 ‘산복도로’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다.

DIRECTOR
김지곤

김지곤

2008 <낯선꿈들>

2009 <길 위에서 묻다>

2009 <오후 세시>

2010 <71번 종점>

STAFF

연출 김지곤
촬영 김지곤, 오민욱, 이용규
편집 이승민, 박미지, 손호목
조연출 오민욱, 손호목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에 이를 때까지 김지곤은 특유의 무언의 응시를 고집한다. 구멍 난 벽이, 녹슨 창틀이, 대충 만들어진 계단이, 벗겨진 시멘트가, 깨진 시멘트 바닥이, 시멘트를 더덕더덕 붙여놓은 담이, 공터에 떡하니 버려진 냉장고가, 여기저기 금이 간 담벼락이, 누더기로 관리된 시멘트 마당이 공히 수십 초 동안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어 부산 바깥의 사람에겐 생소한 단어인 ‘산복도로’를 설명하는 자막이 삽입되고, 이후에도 뜬금없이 ‘르네상스’와 ‘해피’의 사전적 의미가 자막으로 제공된다. 이 단어들이 뜻하는 건 도대체 뭘까. ‘탁주, 라면, 소주’라는 제목이 붙은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할매>의 중심에는 이름 모를 할머니가 있다. 짐작컨대 그녀는 허름한 가게에서 소주와 라면을 파는 모양이며, 그녀가 사는 산동네는 곧 재개발될 운영에 처한 것 같다. 그녀는 도입부에 열거된 것들과 마찬가지의 존재다. 영화는 그녀가, 세월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난 산동네의 구조물들처럼 쓰다 버릴 물건으로 취급받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해 곧 어딘가로 폐기처분당할 거라고 말한다.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끈질기게 생존해온 잡스러운 인간인 그녀를, 누군가는 눈에 들어간 티라 여긴다. <할매>는,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가난한 노파를 지우고 그 자리에 우아한 것만 심으려 하는 그 누군가에 맞선다. 산동네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공간이다. 과거를 철거하고 향기 나는 것들로 교체한다 해서 미래의 행복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한국 근대화의 비극은 과거와 현재의 그늘을 부정하는 데서 기인한다. 아무도 산동네와 할머니를 바라보거나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사라져 기억에서 잊힐 것이다. <할매>는 누구도 취하지 못한 태도로 근대화의 아이러니에 접근했으며, 지금껏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해온 김지곤은 자기 작업의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용철/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