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특별장편

구자환 | 2017 | Documentary | Color | DCP | 97min (K, E)

SYNOPSIS

1946년 미국 군정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한 주민들의 78%가량이 사회주의를 원했고, 14%가량만이 자본주의를 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와 우익인사를 기용해 정치적 걸림돌이 되는 집단과 민간인을 학살했다. 1947년부터 불거진 제주 4.3항쟁과 1948년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이승만 정권은 보수우파와 좌익세력을 제거하며 본격적인 반공 국가 건설에 들어간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민간인 대량학살은 본격화된다. 좌익인사를 선도하고 계몽하기 위해 설립한 국민보도연맹은 한국전쟁 초기에 대량 학살 대상이 됐다. 친일 출신의 군인과 경찰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더욱 참혹한 학살극을 벌인 측면도 있다. 한국전쟁으로 전시작전권을 이양받은 미국도 민간인학살의 주체가 되었다. 이 시기 퇴각하던 인민군과 내무서, 지방 좌익에 의해서도 민간인학살은 자행됐다.

DIRECTING INTENTION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에 이어 발생한 한국전쟁은 민간인학살이 최고조에 도달한 야만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 경찰, 군인, 미군, 우익, 좌익, 인민군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이러한 한국의 현대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매카시즘으로 인해 왜곡되고 진실이 가려져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민간인 최대 100만 명이 학살된 우리의 현대사가 국가 구성의 한 주체인 국민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역사가 된 것은 슬픈 일이다. 영화 ‘해원’(解寃)은 우리의 현대사 가운데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통해 현시대에도 여전히 고통 받는 유족들의 눈물을 보듬고 피해자들이 신원이 해원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실규명으로 갈등의 역사를 종식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구자환

구자환

2007 <회색도시>

2013 <레드 툼>

STAFF

연출 구자환
제작 레드무비
각본 구자환
촬영 구자환, 표임용
편집 구자환
음악 김영진, 최진우
출연 채영희, 최홍이

PROGRAM NOTE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군경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다룬 <해원>은 1947년 10월 항쟁에서부터 시작해, 제주 4.3, 여순사건, 보도연맹 사건, 빨치산 토벌,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을 거치며 어느 곳 하나 학살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근대사의 상처를 드러낸다. 전국을 돌며 촬영된 학살터, 묘지, 유골발굴현장, 위령제와 추모제의 연속된 푸티지들은 당시에 자행된 학살의 방대함과 무자비함의 증거로 제시된다. 또한, 학살 현장 곳곳에서 촬영된 유족 및 생존자들의 증언은 학살이 이루어지던 날짜, 장소, 학살 방식과 같은 사실관계를 확인시켜주는 한편, ‘부드러운 손’과 ‘빨갛게 물든 하얀 옷’과 같은 감각으로 체화된 고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이승만 정권 당시의 한국군과 경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영화는 미 군정에 의해 자행되거나 묵인된 민간인 학살,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이루어졌던 민간인 학살도 함께 다룬다. 영화는 이 민간인 학살 문제를 해방 후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친일의 청산 문제,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 문제, 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의 역할, 그리고 이후 독재정권 출현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해 나간다.

배주연 / 영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