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장편

강다연 | 2020 | Fiction | Color | DCP | 67min 40sec (E)

SYNOPSIS

빈부 격차로 ‘빌딩도시’와 ‘하촌’이 나뉜 세상. 빌딩도시에 사는 16세 유지는 집이 기울고 있음에도 빌딩집을 고집하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느 날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던 유지, 빌딩도시와 하촌을 모조리 쓸어버릴 토네이도를 마주하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기울고 있는 세상에서 유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IRECTOR
강다연

강다연

 

2014 홍실이
2015 Black Beauty
2019 신에게 보내는 편지 

 

STAFF

연출 강다연
제작 조은산
각본 강다연
촬영 김보민
편집 강다연
조명 김보민
미술 조민주
출연 김유나

PROGRAM NOTE

처음에 이 영화는 한 소녀를 중심에 둔 계급 서사로 읽힌다. 대사는 직설적이고 화법은 상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층과 저층에 사는 사람들을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으로 나누는 설정은 알레고리라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단순하고, 소녀의 가족들이 식사하는 장면의 대화 내용이나 그들의 행동은 영화의 의도를 경직되게 전시한다. 그러나 장면들이 이어질수록 초반의 명백한 메시지에 조응하지 않는 이상한 리듬이 고조되고 소녀의 얼굴이 초조함, 두려움, 섬뜩함,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으로 포화되면서 이 세계에 점차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이 드리워진다. 고층 건물 쪽으로 갑작스럽게 불어닥치는 토네이도와 소녀의 눈이 마주치는 시점부터는 영화를 지탱하던 전제들 또한 무너지면서 이야기는 황량한 사막에서 다시 시작한다. 집 바깥의 어딘가를 갈망하던 소녀의 열망은 이제 그 바깥 한가운데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데로 방향을 트는데, 이 지점에서 영화는 SF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헝거>의 출발점으로 짐작되는 신비롭고 대담한 이미지를 출현시킨다. 영화의 방향은, 아니, 소녀의 행로는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꺾이고 또 꺾이지만, 우리는 끝내 그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 작위적으로 시작해서 무모한 시도를 거쳐 모호한 끝에 이르는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이질성을 적극적으로 호흡함으로써 곳곳에 잠재성을 내재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낸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