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이란희 | 2020 | Fiction | Color | DCP | 81min 8sec (E) | 장편 대상 & 독불장군상 & 독립스타상-이봉하

SYNOPSIS

49세 해고노동자 재복은 5년째 서울에서 동료들에게 밥을 해 주며 농성 중이다.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재복은 10일간의 휴가를 받는다. 인천 집으로 간 재복은 딸들의 대학 등록금 예치금과 롱패딩 값을 벌기 위해 휴가 기간에 가구공장에서 일한다. 5년 만의 노동, 딸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만족스러울 즈음 재복은 정식 취업을 제안받는데……

DIRECTING INTENTION

10년이 넘게 농성 중이던 한 해고노동자는 농성장을 세 번 나갔고 세 번 돌아왔다. 그에게 왜 돌아왔냐고 물었다. 왜 돌아왔는지 안다면 어떻게 10년 넘게 거리에서 싸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일정이 있으니까’, ‘끝내야 되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는 늘 돌아와서 일정을 지켰고 정말 ‘끝’이라는 걸 냈다. 그가 농성 중에 농성장 밖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집중해 보려 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2020 제25회 인천인권영화제
2020 제9회 광주독립영화제

DIRECTOR
이란희

이란희

 

2009 파마
2014 결혼전야
2016 천막 

 

STAFF

연출 이란희
제작 신운섭
각본 이란희
촬영 노신웅
편집 이연정
조명 변상진
미술 김소희
사운드 한동훈
출연 이봉하, 김아석, 신운섭

PROGRAM NOTE

한 노동자가 오랜만의 휴가를 갖는다. 하지만 그의 휴가는 일상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이 아닌 일상에 조금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는 오랫동안 농성 중이었던 천막을 떠나 잠시 소소한 일상의 시간을 갖는 한 노동자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휴가에 관한 영화다. 5년의 시간을 거리에서 버티고도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재복과 동료들은 잠시 농성장을 떠나기로 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재복과 그동안 힘겹게 집을 지켰을 두 딸은 서먹하기만 하고 재복은 큰딸의 대학 입학 예치금과 작은딸의 패딩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의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영화는 어떤 기교나 수사 하나 없이 집에서, 작업장에서 성실하게 노동을 이어 가는 재복의 모습을 묵묵히 담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막힌 싱크대를 뚫고, 냉장고를 청소하고, 밥상에 함께 앉으려고도 하지 않던 딸들과 말없는 어린 동료의 끼니를 챙기고, 임시 일터에서 우직하게 일하는 그의 모습은 노동과 그를 통해 유지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와 동료들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거리에서 싸움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처럼 짧은 휴가 뒤로 온전한 일상과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또다시 걸음을 내딛는, 우직하지만 타협 없이 굳건한 재복의 모습은 영화가 끝나도 묵직한 잔상으로 남아 오랫동안 마음을 울린다.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