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씨의 하루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단편)

박정훈 | 2007|Fiction|HD|Color|34min

SYNOPSIS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문씨,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터억 마주치고.. 그렇게 노동자 문씨의 하루는 씁쓸하고 또 서글프게 시작하는데... 서울 영등포일대 금속가공업체들이 모여있는, 흔히 마찌꼬바라 불리는 공장지대... 철야를 밥먹듯이 하면서도 사람좋은 웃음을 머금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허씨와 일하기 싫어하며 땡땡이칠 궁리만 하는 강씨와 더불어, 문씨는 노동자의 하루를 시작한다.
땀흘리며 노동하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족구도 하고 또 시간되는대로 그들자신의, 즉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지껄이며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또 웃음지으면서, 그리고 또 묵묵히 노동을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노동자들의 하루는 흘러간다. 나른한 오후, 문씨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아는 동생이 일하고 있는 노조사무실에 들르지만 그들의 열성적인 활동에 수고하라는 말만 하고 밖으로 나오고, 그 사이 오랜 야근으로 피곤에 쌓인 허씨는 프레스앞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금속절단작업을 하고 있는데...
문씨가 공장안으로 들어오자.......

DIRECTING INTENTION

<00씨의 하루>라는 작은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며 난 그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것이다, 그것도 시원하게 마구마구 펼쳐보이고 싶었다. 그렇다, 그 무엇은 다름아닌 바로, 철저하게 우리 노동자의 영화 - 지럴같은 재벌 혹은 재벌 비스무레한 놈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마치 지들이 느끼는 지들 삶의 모습들이 세상 전부의 모습인양, 마구 떠벌려대는 것을 넘어서서 꼴갑지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그 역겨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닌- 철저하게 우리 노동자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또 철저하게 우리 노동자의 삶이 펼쳐져야 하는 그런영화, 노동계급의 영화를 말이다. 그렇게 <00씨의 하루>는 철저하게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노동자의 공간에서, 노동자의 이야기만으로 꽉꽉 채우고 싶었다. 그것이 설사 고루하고 상투적이고 뻔한 이야기라 해도, 난 주인공 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괜히 에두리지말고, 또 힐끗 은유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냥 속시원하게 화악 마구마구 터트리길 바랬다. 어떤 다른 삶,이야기속에 슬그머니 간접적으로 깔려있는 노동자의 현실 뭐 그런거 말고 말이다. 왜 꼭 우리 노동자의 삶을 시원하게 말로 하면 되지, 꼭 빗대어 숨겨 표현해야 하나, 우리네 사는 현실이 지럴같으면 지럴같다고 쏟아내는게 당연하지. 자꾸 쏟아낸게 모아지고 모아져서 터지는거 아닌가 말이다. 위의 그 무엇이 (00씨의 하루)를 만든 가장 중요한 동력이며, 또한 <00씨의 하루>의 전부!이다.

FESTIVAL & AWARDS

2007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박정훈

박정훈

 

STAFF

연출 박정훈
제작 이미지파워
각본 박정훈
촬영 최광식
편집 김미영
조명 김기문
미술 김도현
음향 이원경
출연 김은천, 박현철, 강방식

PROGRAM NOTE

<00씨의 하루>는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담아낸 극영화라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특히나 주인공들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라니, 영화는 연기의 어눌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의 화두를 거머쥐고 있지 않은가. 영화의 배경은 잘나가는 대기업 공장이 아니라, 영등포 마찌꼬바(영세 철강공장)이다. 공룡처럼 성장한 한국경제와 달리, 한때 경인공업지구의 중심축을 이루었던 그곳은 변한 것이 별다르게 없다. 열악한 작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묵묵히 삶을 밀어 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일상이 있을 뿐이다.
하루 종일 일해도 궁핍한 노동자의 삶 가운데에서 문씨, 강씨, 허씨는 공장식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고단하지만 유쾌하기도 한 노동의 하루를 보낸다. 철야를 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맞으며 출근하는 문씨. 일보다는 땡땡이 칠 궁리가 앞서는 강씨. 공장지대 한켠에서 열정을 뿜어내는 노동조합 후배들. 급기야 자신의 몸처럼 소중히 여기던 기계에 손가락을 내어주고도 그나마 일할 생각을 하며 너털 웃음을 짓는 허씨의 기막힌 하루까지. <00씨의 하루>는 오롯이 노동자들이 말하는 이땅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허씨의 손가락이 잘린 오늘, 장대비를 맞으며 공장 앞에 선 문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손가락이 잘린 허씨는 보상이나 제대로 받을까. 그와 같이 잃어버린 손가락들의 산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800만 비정규직의 시대, 한때 신화를 이루었던 노동운동은 길을 잃은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의 또 다른 배경을 이루는 인터내셔널가의 힘찬 울림처럼 노동자들의 억센 희망은 흘리는 땀방울과 함께 충전되고 있으리라.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07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