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月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김수지 | 2011|Fiction|Color|HD|14min20sec

SYNOPSIS

한 남자를 향해 가는 여자. 떠들면서 떠돈다.

DIRECTING INTENTION

어떤 말에도 착지할 수 없게 되어서 하나의 몸이 비어졌다. 그런데 그 몸의 헤맴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거.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스스로를 해할 수도 있는 어떤 드러냄.

DIRECTOR
김수지

김수지

2010 <잠복기>

STAFF

연출 김수지
제작 김수정
각본 김수지
촬영 최아름
편집 김수지, 이태안
조명 최아름
미술 김현진
음향 한은영, 한정원
출연 조현철, 조수향
연출부 서정신우 김현진

PROGRAM NOTE

시간이 길어지면 공간이 생긴다. 공간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시간에 대해 강박한다. 11월이 만든 공간 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고아가 된 남매는 살아간다. 남동생-시형은 말을 하지 못한다. 누나-시연은 해야 할 일과 해결해야 할 일과 약속한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힘이 든다. 엄마는 벌써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고 남매는 나무 위에 피신해 있지만 안전하지가 못하다. 남동생이 말을 하게 되었을 때,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 착각이었거나 바램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남동생은 어디론가 ‘곧 가야’하고 누나는 ‘셔츠를 사주기로’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밤은 닫혀있고 누나는 밤길을 헤맨다. 길 위에는 남동생의 자전거가 쓰러져있다. 하지만 꼭 이렇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 11월의 서사는 확실히 관성에 대한 반작용이다. 세 개로 나누어진 11월은 달의 궤적을 따라 흐르는 누나-시연의 불시착에서 출발 한다. 서사의 약속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명해 내려는 ‘가장 간절한 기도’는 문 닫은 가게들에게 막혀버린다. 하지만 그 간절함 탓에 11월이라는 달의 서사는 짠한 눈물조각을 얼려서 담아 놓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쪼개진 질서에 아직도 남아있는 온기는 애처롭고 서글프다. 그래서 어디에서부터 이런 반작용이 시작된 것인지 묻기보다 왜 그 작용이 남아있는 지가 중요하다. 아날로그 8mm 비디오와 HD 비디오가 균열을 향한 언어로 채택되었다는 것은 다소 느슨한 변증으로 느껴지지만 ‘지금-이곳’이라는 현실에서는 아직은 유효하고 애절하다. 거리감을 잃고 마젠타로 가득한 8mm 비디오의 문채가 ‘지금-이곳’의 찬란하게 멍든 시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닫힌 밤에 봉인 당하는 슬픔. 무서운 아이가 벌이게 되는 무서운 골목의 기억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부디 얇은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며 슬픔이 아니라 그 온기를 견인해 나가기를 빈다. 모두들 밤길을 걷고 있을 테고 질서도 반 질서도 살얼음이기는 마찬가지니 말이다.

이난/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