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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정주리 | 2008ⅠFictionⅠColorⅠHDⅠ25min

SYNOPSIS

강화도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선원파출소.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경찰제도의 최말단 조직인 이곳에서 두 명의 여성이 만난다. 경찰대학을 갓 졸업하고 부임해서 아버지뻘 되는 부하직원들의 상관이 된 소장 고유진과 친모를 살해하고 고향의 바닷가를 헤매다 지구대에 발견된 오명숙. 간신히 이어지는 두 여성의 대화 속에 과거의 상처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듯 보이지만 형식논리와 실적중심의 남성논리 속에서 그 몸짓은 외면당한다.

DIRECTING INTENTION

어쩐지 낯설지 않은 그녀와 보낸 11시간.

FESTIVAL & AWARDS

2008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IRECTOR
정주리

정주리

2006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2007 <영향 아래 있는 남자>

STAFF

각본 정주리
감독 정주리
제작 한경지
촬영 이큰솔
편집 이영림
동시녹음 이종범
음향 이종범
출연 최희진, 추귀정, 손종학, 장원영, 장정인, 황인보

PROGRAM NOTE

멀리 바닷가를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고유진과 오명숙 두 여성 역시 마주서지만, 그들의 모습은 멀리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이들이 만든 사회질서만을 유지하고 있는 경찰조직에 들어간 고유진. 고유진은 아버지뻘 되는 부하 직원들과 함께 고기를 굽지 못하지만, ‘고상한’ 소장님의 말투는 누구 못지않게 딱딱하고 힘이 들어가 있다.
오명숙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살해한다.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에서 같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이야기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감정과 심리는 본인이 결정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기존의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얽혀들어 어떤 것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영화 속의 두 여성의 모습은 이러한 사회적 여성의 위치가 불편하게 드러난다. 고유진은 대화를 하고자하지만, 남성들의 직접적인 방해와 자신의 역할 속에서 갈등하며, 다그쳐묻기만 할 뿐이다.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이 묻어있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찾아온 오명숙은 같은 여성인 어머니를 살해하였다. 그렇게 그들은 여성과 마주섰을 때조차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처음에 영화를 접했을 때,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과 불편한 감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천천히 작품을 곱씹어 보면서, 언제나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매번 새롭게 규정하기 위해 갈등하고 고민해야하는 여성의 위치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그렇고,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의 나또한 그렇다- 그러한 불편한 감정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았던 희미하고 멀게 보이는 둘의 모습이 왠지 불투명한 여성의 존재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최유진/서울독립영화제2008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