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0일

단편 쇼케이스

송주원 | 2022 | Experimental | Color+B/W | DCP | 20min

SYNOPSIS

오래도록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이 있다. 동굴과 같은 돌담을 따라 한 노파의 작은 발이 들어선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문과 문 사이 높이 오르는 긴 나선형의 계단은 그녀가 살아 낸 순간이다. 생존을 위한 분투가 펼쳐지는 계단은 삶의 순간을 재생하는 공간이 되고 탈락자를 고르기 위한 춤이 시작된다. 놀이를 가장한 그들의 움직임은 서로를 추락시키려는 안간힘이자 얼마 남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한 회고 속에는 섬뜩한 죽음의 장면이 반복되고, 겨울을 마주한 대나무 숲이 부르는 마디의 노래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12월 31일, 32일 …… 70일, 12월의 마지막 날은 계속된다.

DIRECTING INTENTION

이 이야기는 살아남은 자의 회고이다. 노파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 속에 살아 낸 순간들과 마주한다. 높이 오른 그 시간 속에 자리 한 아홉 명의 아해들과의 마주침 속에는 죽음의 장면이 반복되었다. <12월 70일>은 남정호 안무가의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공연을 댄스필름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생존과 죽음, 성취와 공허에 관한 원작의 몸짓을 생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소로 소환하고 노파의 걸음을 따라 죽음의 마디를 마주한다. 경쟁은 마디를 만들었다. 자신을 지키고 견뎠던 시간은 마디가 되었다. 그 마디의 문이 열린다.

FESTIVAL & AWARDS

2022 서울무용영화제

DIRECTOR
송주원

송주원

2017 풍정.각(風情.刻) 골목 낭독회
2019 나는 사자다
2021 마후라

STAFF

연출 송주원
안무 남정호
제작 고경민
제작사 국립현대무용단
각본 남정호, 송주원
촬영 김수민
조명 양병진
편집 김경진
음악 이민휘
의상 김석원
출연 김건중, 김승해, 김지형, 남정호, 알레산드로 니바로 바르베이토, 와타나베 에리, 윤혁중, 조준홍, 하지혜, 홍지현

PROGRAM NOTE

깊은 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빈집, 한 노인이 눈 쌓인 마당에 들어선다. 도시의 소음마저 멀리 느껴지는 고요한 정원을 지나 높은 건물에 들어선 노인은 나선형 계단 위에 열린 문 하나를 발견한다. 문밖에 놓인 긴 의자에 오른 노인은 외롭고 허무한 몸짓으로 의자에 얽힌 치열한 과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12월 70일>은 한국의 1세대 현대무용가이자,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인 남정호의 안무작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라는 공연을 댄스필름으로 재해석했다. 남정호 예술감독은 2020년 코로나19 기간에 창작된 이 작품을 “경쟁 사회의 우화”, “살기 위해 타인을 배제했던 시대를 살아온 삶의 기록”, “이기기 위해 가했던 폭력에 관한 참회록”이라고 칭한다. 형형색색의 개성 있는 의상을 입은 댄서들의 죽고 죽이는 절박한 몸짓들을 통해 우리는 현재를 깊은 밤으로 이르게 한 단초들을 발견하게 된다.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연출자인 송주원 감독은 도시 속 축적된 삶의 흔적들과 공명하는 퍼포먼스를 담은 <풍정.각(風精.刻)> 시리즈, <나는 사자다> 등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그만의 독특하고 따듯한 감성을 표현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 감독은 남정호 안무가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와 이를 표출한 댄서들의 강렬하고 유려한 움직임, 영화의 결을 더욱 풍부하고 섬세하게 채운 음악을 통해 의미와 감각을 동시에 담아냈다.

강혜민 / 서울독립영화제2022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