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에릭 쿠 특별전

에릭 쿠 | 1997 | 싱가포르 | 100min | 35mm | Color

SYNOPSIS

바보같은 중년의 아구는 그의 돈에 사로잡혀, 오직 나가서 즐기기를 원하는 신부 릴리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 같은 집에, 젊은 멩은 그의 형제들인 여동생 트리시와 어린애 같은 남동생 티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그들에게 기강을 가르치려고 하는 노인처럼 행동하는데, 그 결과 트리시의 남자친구와 문제를 일으켜 왔다.

FESTIVAL & AWARDS

제10회 싱가폴 국제영화제 UOB 영 시네마 어워드
제10회 싱가폴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
제17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DIRECTOR
에릭 쿠

에릭 쿠

 

STAFF
PROGRAM NOTE

싱가포르의 공동주택단지에 거주한 세 가족이 하루 동안 겪는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12층>은 에릭 쿠의 명성을 국내외적으로 알린 영화이자 그의 영화적 관심이 대담하게 표현된 영화다. 영화의 주요 공간은 1960년대 저소득자를 위해 정부가 세운 공동주택단지로 이는 싱가포르의 공적인 기억을 표상한다. 이곳에 거주한 인물들이 겪는 일상의 곤경에 도덕, 성적인 문제, 가족문제, 소통의 부재라는 에릭 쿠의 관심이 투영되어 있다. 에릭 쿠는 인물들이 겪는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현실을 공적인 이미지와 충돌시키면서 사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감행한다. 자신을 돈 많은 부자라 속여 젊고 예쁜 중국여인을 부인으로 맞은 한 남자는 의처증에 시달리면서 부인을 나무라고 부인은 그런 남자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어머니에게 매번 꾸지람을 듣는 뚱뚱한 여인은 매번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부모를 잃은 세 남매는 사사건건 충돌하는데 가부장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오빠가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동생을 치근덕거리면서 가족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에릭 쿠는 공동주택의 블록으로 나뉜 이 세 가족의 일상사를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소통의 단절로 표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분리된 삶을 서로 교차시키면서 미묘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저예산에 15일 만에 촬영한 영화이지만 영화가 탐구하는 세 가족의 삶은 대단히 복잡한데 무엇보다 인물들의 내면과 그들의 관계가 짧은 대화와 몇 가지 단서들로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데뷔작 <면로>와 마찬가지로 드러난 이야기와 잠재된 이야기, 과거와 현재가 혼란스럽게 융합되어 있다는 비밀스런 인상을 준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자살한 한 남자가 마치 수호천사처럼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의 삶에 출몰하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과 아나운서의 활기찬 말들,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텔레비전의 화려한 광고 또한 고독한 인물들의 내면과 대조를 이루면서 싱가포르인들의 황폐한 영혼을 그려낸다.

김성욱 / 영화평론가,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