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전승철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박정범 | 2008ⅠFictionⅠColorⅠHDⅠ20min 51sec | 우수작품상

SYNOPSIS

하나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탈북자 승철에겐 모든 것이 낯설다. 휑한 임대 아파트에서 멍한 일상을 보내는 승철. 승철을 담당한 형사는 공장에 승철을 소개하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길가에 버려진 옷장을 발견한 승철은 미련스럽게 옷장을 짊어지고 아파트로 돌아온다. 허름한 옷장만이 덩그러니 놓인 차가운 집 안, 찾아온 형사가 술에 취해 잠들자, 남겨진 승철은 추위를 피해 좁은 옷장 안으로 들어간다.

DIRECTING INTENTION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내려온 탈북자들 대부분은 자본주의의 무게에 눌려 극빈층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 승철의 일상을 통하여 이 들의 어둡고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8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2008 인디포럼
2008 제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2008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2008 필라델피아 국제 독립영화제
2008 제7회 제주영화제
2008 스트라스부르그 국제영화제
2008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DIRECTOR
박정범

박정범

 

2001 <사경을 헤매다>

STAFF

연출 박정범
제작 박정범, 전승철
각본 유보라, 박정범
촬영 김영성
편집 허선명, 조현주
조명 김희재
미술 김계영
음향 김정숙, 송인태
노래 전승철
출연 박정범, 박영덕, 황병국, 김석균

PROGRAM NOTE

한국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관리본능으로, 그들에게 일괄적인 번호를 부여한다. 남자 125, 여자 225, 이 숫자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가운 사회적 차별의 상징이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멍한 눈빛을 카메라와 마주치는 125 전승철에게도 역시 그러하다. 취업면접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거울 앞에서 억지웃음을 연습해 보지만, 형편없는 월급을 제시하며 착취를 노골화하는 공장주에게 마저도, 125는 중국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그의 담당형사는 그에게 살아남아야 할 것을 역설하지만, 그것을 어찌 목숨을 걸고 고향을 등진, 모진 사내가 알지 못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군가가 버린 장롱이 눈에 띈다. 그것을 메어다가 아파트에 옮겨 놓는 승철. 그의 텅 빈 아파트는 그렇게 무언가에 의해 남루하게 채워져 갈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뜨거운 이상이 있다. 승철의 얼굴은 생기가 증발된 듯하지만, 그의 아파트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삶에 대한 그의 또 다른 이상을 말해준다. 다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는 스스로 끊임없이 온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승철의 삶터에 스며들고 있는 겨울, 삶의 온도를 치열하게 지켜나가야 하는 승철이 궤짝 같은 옷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노래. 내 이름 묻지 마세요. 한때 북변의 청춘이었던 그를 건조하게 관찰하는 듯했던 카메라가, 인간에 대한 섬세한 애정의 마음을 담아 울림을 남기는 순간이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