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장편 쇼케이스

장건재 | 2022 | Fiction | Color+B/W | DCP | 75min 53sec (E)

SYNOPSIS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나려는 연극과 교수 주희는 건강검진 결과, 가슴에서 악성이 의심되는 종양을 발견한다. 주희는 그것이 암이라고 확신한다. 그도 한때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을, 그리고 좋은 선생을 꿈꿨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지치고 힘들다. 신변 정리를 위해 학교를 찾은 연구실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찾아온다. 극단 정적의 연출가인 호진은 초연을 앞둔 연극 준비로 분주하다. 그리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장면은 공연을 앞둔 당일까지도 그를 괴롭힌다. 극단의 젊은 단원들은 ‘중년 부부의 위기’를 다룬 호진의 희곡이 그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며 숙덕거린다.

DIRECTING INTENTION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1962년작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의 무대를 파리의 거리에서 2022년 한국의 실내극으로 옮겨 와 만들고자 했던 것이 출발이 되었다. 파리의 거리를 헤매던 20대 배우 클레오는, 삶의 방향을 바꾸려는 40대 중년의 주희로 탈바꿈했다. 자신의 꿈인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10년을 일한 그녀에게 남은 건 지친 마음과 병든 육체뿐이다. 그리고 여기, 허물어져 가는 오래된 극단을 힘겹게 이끄는 연출가 호진이 있다. 지난 세기의 유물과도 같은 호진의 아집은 새 시대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아내 주희와의 위기를 자신의 연극에 녹여 낸다. 그것은 마치 호진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고, 주희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 같기도 하다. 과신했던 육신이 병들고, 성실하게 일구어 왔다고 믿어 온 삶을 부정해야 할 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오리무중의 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장건재

장건재

2012 잠 못 드는 밤
2014 한여름의 판타지아
2020 달이 지는 밤

STAFF

기획/제작 김우리 장건재
프로듀서 윤희영
각본/감독 장건재
조감독 신동민
촬영 장건재
동시녹음 김우리
붐오퍼레이터 임동규
편집 장건재 이연정
음악 김동욱 (누벨바그)
사운드디자인 공태원 (플러스게인)
컬러그레이딩 알고리즘 미디어 랩
CG수퍼바이저 최승준
출연 김주령 문호진 안민영 노은정

PROGRAM NOTE

대학 연극과 교수인 40대 중반의 주희는 병원에서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듣고 연구실로 돌아온다. 그곳에 머무는 어림잡아 2시간 동안 주희에게는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먹고사는 일의 고됨 앞에서도 좋아하는 연극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 삶의 막막함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심지어 건물 안에서 길을 헤매는 이……. 그가 누구든, 주희는 마음을 다해 환대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질문에 응답한다. 동시에 영화에는 연극 연출가인 주희의 남편 호진의 시간이 흐른다. 출연 배우들과 저녁에 있을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중으로 배우와 배역, 연기와 실제, 무대 안팎을 둘러싼 질문들이 오가고 또 이어진다. 주희와 호진의 시간 축이 교차하는 사이, 영화에는 더 너른 시간의 구멍, 상상의 여지, 꿈의 미로가 마련될 것이다. 장건재 감독은 <잠 못 드는 밤>에서 30대의 주희를 연기한 배우 김주령과 영화 안팎으로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또 한 번, 또 다른, 주희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아녜스 바르다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1962)에서 영감을 얻되, 배우와 연기 세계를 향한 감독의 깊은 애정과 관심을 이번 작업의 방식과 영화의 형식으로 적극적으로 풀어낸 경우라 하겠다. <달이 지는 밤>에 이어 죽은 자를 향한 공동의 애도에 관한 태도를 읽어 보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