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14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단편애니메이션초청

이무상 | 2011 | Fiction | HD| B&W | 8min25sec

SYNOPSIS

어느 살인자와의 짧은 인터뷰

DIRECTOR
이무상

이무상

2007 <25시의 데이트>

2009 <나들이>

2010 <타임캡슐>

STAFF

연출 이무상
제작 박홍준
각본 이무상
촬영 한휘수
편집 이무상
조명 이병희
미술 신소영
음향 권현정, 인병진
출연 양은용, 송예림, 강정윤, 오동주, 김영미

PROGRAM NOTE

이것은 살인에 관한 짧은 인터뷰다. 영화는 인터뷰로 시작한다. 여자는 이름대신 5914라는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수감자이다. 인터뷰어는 문서를 읽듯이 또박또박 질문을 하고, 여자는 들숨과 날숨의 힘을 이용하여 절제하듯이 대답하고 있다. 형식적인 인터뷰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정이 억눌려 있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호흡은 짧지만 정적은 긴 대화들이다.
세상이 그녀에게 부과한 죄목은 살인이지만, 영화는 살인이라고 쓰고 선택이라고 읽는다. 마치 행간을 읽어야 독해가 되는 문서처럼 혹은 추신 없는 편지처럼, 영화는 여자가 차마 하지 못할 말을 보여준다. 관객은 대화 사이의 침묵, 쇼트와 쇼트 사이의 암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 인터뷰는 폭력적인 질문 없이 차분히 진행된다. 마치 해부 없는 수술처럼 자연스럽고 고통도 따르지 않는다. 여자는 간접화법을 통해 스스로의 진심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살인이라는 범죄의 경중을 따지는 재판장을 원하지 않는다. 혹은 살인의 잔혹함을 보여주어 관객에게 충격 체험을 선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살인자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담담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차편집 된 화면이 대위법적으로 상쇄되어 여자의 속내를 비추고 있다. 인터뷰로 진행되는 흑백화면은 과거다. 이 인터뷰는 과거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에게 과거는 돌이킬 수 없음이다. 과거에서 그녀는 꿈을 모른 채 살았다. 한편 컬러로 된 화면은 현재다. 현재에서 그녀는 딸과 만나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에게 현재는 최후의 행복이다. 오직 한 번뿐인 만남과 오직 한 번뿐인 행복. 이 잔혹한 현재를 덤덤히 이겨내는 그녀의 모습은 신화적 여인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짧은 인터뷰로 긴 여운을 성취해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도훈/서울독립영화제2011 관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