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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단편

김고은 | 2015 | Animation | Color | HD | 6min 15sec

SYNOPSIS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의 허물을 빨고 있다. 하지만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겨 그녀에게 허물만을 두고 가버렸다. 기다림이 반복된다.

DIRECTING INTENTION

사랑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지금도 현실 속에선 여러 형태의 사랑들이 생겨나고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다림에 지쳐가는 여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욕망을 따라가는 남자
남자의 허물을 빨며 기다리는 여자
둘의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지쳐가는 여자의 심상을 이미지로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또한 오열이나 체념, 그리고 분노 등의 감정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 무표정한 여자의 얼굴을 통해 감정이 더 깊고 담담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FESTIVAL & AWARDS

2015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5 제23회 ANIMA MUNDI
2015 제10회 파리한국영화제
2015 제11회 인디애니페스트

DIRECTOR
김고은

김고은

STAFF

연출 김고은
제작 김고은
각본 김고은
음악 유튜브 오디오라이브러리

PROGRAM NOTE

 
일찍이 플로베르는 “예술에는 선의 곧음이나 표면의 매끄러움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사물은 너무나 많은데 담아낼 형식은 충분치 않다”라고 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는 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다. 게다가 스파이크 존즈의 유명한 영화와 제목도 동일하다. 하지만 이 짧은 애니메이션은 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1분 만에 잊게 만든다. ‘그녀’가 세탁기에서 남자를 꺼내서 빨랫줄에 말린 후 정성스럽게 다림질 할 때, 그녀와 그녀의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엿볼 수 있다. 심지어 플로베르가 옳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수많은 사물처럼 사랑 역시 각양각색(N개의 사랑법)으로 무수히 존재한다. 그 본질을 탐구하고 그에 걸맞은 표현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이 할 일이다. 맞다. 사랑의 테마는 시공간을 초월해 변함없이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사랑을 향한 상상력이다. ‘그녀’만의 고독하고 은밀한 사랑법은 세탁기 앞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남자의 분신 혹은 껍질처럼 생긴 전신복을 깨끗이 세탁한 후,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정성스럽게 착용시킨다. 하지만 어느새 그녀의 남자들은 허물처럼 툭 벗어놓고 다른 여성을 쫓아가기 일쑤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욕망을 상징하는 붉은 액체와 남자의 빈 껍데기뿐이다. 그녀가 몰래 키워나간 사랑은 낭만적이고 은유적이지만, 뼛속이 시릴 정도로 감정은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문자 그대로, 자신의 사랑을 다림질하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와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6분 만에 그런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전종혁/서울독립영화제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