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그 1년의 기록 – 실직노숙자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5회)

현실과 판타지

박종필 | Beta | 칼라 | 47분 | 1998년

SYNOPSIS

서울역의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생생한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대다수의 노숙자는 IMF 이전부터 가난했던 도시빈민이며, IMF의 여파로 바로 실직하게된 사람들로 원래 불안정한 주거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거리의 실직노숙자들은 IMF 이전에도 힘들고 가난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노숙을 청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 때문에 술과 담배로 현실을 잊으려고 한다. 실직노숙자는 기존의 부랑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IMF로 인한 실직노숙자들을 기존 부랑아들처럼 수용소나 합숙소로 격리, 수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IMF 실직노숙자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정부가 IMF 실직노숙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이며 효과적인 실업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DIRECTOR

박종필





프로그램 노트
곪은 부분이 터지면,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자생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무너진 것은 쉽게 되살리지 못한다. 그 상처가 너무나 크고, 그것을 치유하기엔 자생능력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항상 가난한 사람들은 예전에도 가낞했고 현재도 가난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된 고용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계약직, 임시직이 늘어나고 실업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은 우리에게 그러한 현실감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업자들과 함께 천막 생활을 하며 그들의 1년을 기록한 시간이 말해주듯 작품 안에서는 많은 변화와 사건을 지니고 있다. 실직 노숙작들은 천막에서 수용시설로 다시 거리로 이동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자신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없다. 심지어 자신의 가족을 만나도 금새 헤어져야 한다. 놀이터에서 만나는 가족 상봉은 눈물로 돌아서야 만 하는 비참암으로 드러난다. 강한 현실의 한가운데서 기록하기 때문에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갖는 사회성에 몸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늘 노숙자들 옆에서 촬영을 하기보다는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과 감독은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러기에 감독 자신의 내레이션은 노숙자들을 '형'이라고 부른다. 한편으론 감독의 이러한 거리감이 작품의 냉정함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따. 노숙자들 안에서 그들의 생활을 담는 데 충실하다보니, 그 밖의 이야기를 할 여유를 잃어버려 보인다. 작품은 객관적이거나 논리적 시도보다는 감정적, 도의적 접근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의 생활을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감독은 대안적 과제보다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직 노숙자는 우리를 바로 그 현실 속으로 이끌고 있다.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