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Lights Shine Low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단편애니메이션초청

Dieu Hao Do | Hong Kong|2011|Fiction | Color|HD|8min10sec

SYNOPSIS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낯선 두 남녀가 있다.

DIRECTING INTENTION

예상치 못한, 계획되지 않은 마법과도 같은 관계에 대한 관심. 영화 속 한 장면의 두 남녀 배우 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DIRECTOR
Dieu Hao Do

Dieu Hao Do

STAFF

연출 Dieu Hao Do
출연 김꽃비, Christian Novopavlovski

PROGRAM NOTE

는 두 남녀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사랑이라기엔 아직 이르지만 미묘한 끌림의 순간에 대한 영화다. 남자와 여자가 만난 곳은 홍콩 란타우섬의 무이워. 곳곳에 밝은 등불이 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운동장이다. 여자에게 담배를 피우겠느냐, 결혼은 했느냐며 뜬금없게 들리는 질문을 하는 남자와 애매한 대답으로 그에 응수하는 여자. 어색한 긴장이 감도는 두 남녀의 말과 몸짓은, 그들이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한동안 킥보드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배우는 데 열중하던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영화의 제목처럼 ‘어스름한 불빛 아래’에서다. 등불 몇 개가 꺼지면서 한층 어두워진 운동장, 두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바짝 쫓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주변엔 아랑곳없이 서로에게 집중하는 남녀 사이의 끌림을 반영하듯 둘만의 세계 같은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여자에게 머리에 왜 눈가리개 같은 것을 쓰고 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남자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하는 여자. 동문서답 같기도 하고 선문답 같기도 한 그들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미묘한 끌림의 본질이 그러하듯 불명하고 모호하며, 욕망만큼이나 화법도 다른 남녀의 차이를 암시하는 듯도 하다. 두 사람이 번갈아 킥보드를 타면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킥보드의 동선에 따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그들의 심리적 줄다리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소통은 불완전하고, 끌림의 실체는 막연하지만,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끌림의 공기는 풋사랑에 대한 미묘한 기대를 품고 있다. <똥파리> 이후 한층 물오른 배우 김꽃비의 사랑스러운 존재감, 영화 도입부에 자막으로 명시된 배경인 무이워가 알고 보면 왕가위의 <열혈남아> 속 공중전화 박스 키스신을 촬영한 페리터미널로도 이름난 관광지란 사실 또한 그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말하자면 <비포 선라이즈>로 한 정점에 이른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계보를 잇는 단편영화랄까. 밤에 촬영한 영상은 좀 투박하나, 디지털 캠코더의 기민함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저예산 디지털 영화의 자유분방함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황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