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공전주기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김채현 | 2025 | Fiction | Color | DCP | 23min (E)

TIME TABLE
11.28(금) 19:40-21:11 CGV압구정(본관) 2관 GV, 12
12.1(월) 15:00-16:31 CGV 청담씨네시티 3관(컴포트석) GV, 12
SYNOPSIS

내 사랑은 진짜다, 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랑예찬론자 지은, 어느 날 남자친구의 얼굴에서 작은 점을 하나 발견한다. 그리고 무슨 영문인지 점점 커져만 가는 점 때문에 심란해하던 지은의 앞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DIRECTING INTENTION

들추고 싶지 않지만 엿보고 싶은 사랑의 비굴하고 야비한 면면이 있다. 예쁜 로맨스보다 우스운 로맨스가 좋다.

FESTIVAL & AWARDS

2025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5 제18회 여성인권영화제
2025 제3회 조치원필름로맨스 작품상
2025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뉴탤런트 대상
2025 제7회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
2025 제8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혼듸피플상
2025 제1회 물든영화제
2025 제5회 금천패션영화제

DIRECTOR
김채현

김채현

2022 나의 과제와 멸망하는 세계

STAFF

연출 김채현
제작 장희재
각본 김채현
촬영 이영훈
편집 임정섭
조명 김우영
음악 염승호
미술 박현경
음향 손희정
출연 Cast 손정은, 장요훈, 박민석

PROGRAM NOTE

사랑에 관한 조금 무서운 이야기 하나.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애인의 천진한 ‘점’이 어느 순간 철없는 ‘점’으로 슬그머니 변하더니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그 ‘점’밖에 안 보이는 지경에 이른다.” 이토 준지 만화에 나올 법한 이 괴담은 실은 우리가 사랑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겪는 괴로운 딜레마인데, <시지프스의 공전주기>는 이를 아주 유쾌하고 뻔뻔한 방식으로 보여 준다. 소재와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세와 깜빡이도 안 켜는 변칙적인 드리프트 타이밍은 타율 좋게 번번이 웃음을 자아낸다. 올해 같은 부문의 <스포일리아>로도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은 장요훈 배우의 연기야 두말할 필요 없이 맛깔나지만, 천연덕스럽게 코미디에서 로맨스로 장르를 오가는 손정은 배우의 얼굴도 마치 오래전부터 스크린에서 봐 온 것처럼 반갑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냥 가벼운 코미디로 넘기기엔 뒷맛이 씁쓸하다. 시간이 지나면 라면처럼 퉁퉁 불어 버리는 그놈의 못난 ‘점’이 실은 나한테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이면까지 들여다본 뒤 한 바퀴 연애공전을 마치고 나면 순환주기처럼 자기혐오도 세트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시지프스처럼 사랑이라는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그저 죽을 때까지 정상을 향해 그 커다란 바위를 굴려낼 수밖에.

김우진 / 서울독립영화제2025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