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07 예심 총평


서울독립영화제2007 예심 총평

해마다 양적 팽창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독립영화는 각 작품마다 저마다의 장점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영화”를 지향하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독립영화들의 경연장인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부문에는 단편 553편, 장편 38편으로 총 591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출품 편수는 작년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작품의 면면은 예년보다 다양해지고 있으며 질적 수준 역시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편부문은 출품편수도 9편이나 늘었으며, 작품의 경향들도 다양해지고 완성도 또한 전년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 앞으로 독립장편영화가 어떻게 발전을 보이며 나아갈지 많은 기대가 모아지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 속에서 한정된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과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작품을 배제하는 것과 같은 명제이기 때문입니다. 예심위원들은 40여일의 예심기간과 마지막 5박 6일간의 합숙 기간 동안 개별 작품들의 장단점을 치열하게 논의하는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통해 단편 39편과 장편 12편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총 39편이 선정된 단편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실로 광범위하면서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이채로웠던 점은 이주노동자와 동성애자 그리고 장애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매우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최근 영화를 만들고 있는 독립영화인들에게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만큼 주제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과 천착보다는 다소 표피적인 영역에 머물고 있으며, 소재적인 차용에서 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연애담을 담은 영화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무덤덤한 표정의 대사와 감각적인 상황 연출을 통해 표현하려 하는 영화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현장노동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독거노인, 가족관계 등 사회 구석구석의 현안들을 저마다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명해 보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일정한 완성도를 성취한 영화들이 예년에 비해 많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이외에도 기존의 접근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영화들과 남다른 표현방식으로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애니메이션들이 있어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예심위원들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기존 영화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시도를 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에 주안점을 두면서, 작품을 선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많은 작품들 속에서 1/10 정도의 작품만 선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선정된 작품들이 2007년 단편영화들의 하나의 경향으로 파악되길 기대하며, 많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경향이 “다른 영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총 12편이 선정된 장편 부문에는 다큐멘터리 6편과 극영화 6편이 선정되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편수도 증가했지만, 작품의 경향과 질적 완성도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극영화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들의 성장담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하층민들의 아픔과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으며,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장르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창작자의 자의식이 포함된 영화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특색과 정서가 물씬 풍기는 영화들에서 한국 사회에서 지역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선정된 6편의 영화들은 일정한 완성도와 함께 극적인 재미는 물론 독립영화에 대한 다른 시선까지 느끼게 해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장 열띤 토론을 거쳐 선정된 6편의 다큐멘터리는 그야말로 한국 사회를 종횡으로 횡단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현재까지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아낸 작품부터 전장으로 파견된 한국군의 모습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작품, 끝물막이 공사가 끝난 새만금 부근 사람들의 가슴 아픈 모습을 담아낸 작품과 동성을 사랑하는 청소녀들의 이야기,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과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현대사의 단면을 성찰하는 작품까지 실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선정되지 못한 작품들 중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었지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여기까지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서울독립영화제2007 본선에 진출한 51편의 감독님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한 더 많은 감독님들에게는 아쉬움을 전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주류상업영화와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는 확신과 신념이 널리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더욱 “다른 영화”들이 많이 창작되고 소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추운 겨울의 초입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07에 많은 성원과 참여 그리고 격려와 비판 부탁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창작자 여러분들에게도 지치지 않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당부 드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07 예심위원 일동
– 김태일(다큐멘터리 감독)
– 박광수(정동진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 강릉씨네마떼끄 사무국장)
– 이정수(독립영화 감독)
– 이지연(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함주리(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