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0 본선 심사 총평


여러분, 모두가 승자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0’에서 만난 44편의 장·단편 가운데 본상 6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작업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 같이 일정한 수준의 만듦새를 지녔고 나름의 성취를 이룬 작품이 본선에 올라온 탓이겠으나, 달리 말하자면 군계일학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이 협의한 원칙은 하나였다. 정말로 잘 만들어진 영화가 상(償)의 안배와 인지상정으로 인해 불이익 당하는 일은 없게 하자는 것. 그렇게 유연하면서도 나름의 까칠한 기준을 통과한 세 편 즉, <오월애(愛)> <혜화,동> <수학여행>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다음과 같은 수상작들이 정해졌다.


올해의 대상은 김태일 감독의 <오월애(愛)>로 결정되었다. ‘5.18’이 박제화 되어가는 시대에 내부자의 성찰을 거쳐 항쟁의 진정한 의미를 환기시키려는 농익은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으로, 익숙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이기에 가능한 작업이란 점과 오늘 우리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사적 기억과 공적 기록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하며 펼쳐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최우수상은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에게 돌아갔다. 극 전반을 지배하는 연출과 연기와 카메라워크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만듦새를 지녔기에 2010년 독립장편의 대표주자감으로 손색이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 수상작인 <오월애(愛)>와 막판 경합을 벌였다는 점도 기억해주길 바란다. 우수작품상은 김희진 감독의 <수학여행>이다. 이 영화는 세대를 초월해 정서적 공감과 울림을 안겨줄 만한 소재에다 동시대성을 결합시킨 작품으로, 탁월한 완급조절로 작품성과 오락성 모두에서 일정한 성취를 이뤄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였다. KODAK상은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 가운데서 선정한다는 조건이 붙다보니, 중복수상 허용여부로 끝까지 혼란스러웠던 부문이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 여러 부문을 석권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데 전체가 동의함으로써 <혜화,동>이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독립스타상 중 배우 부문은 <혜화,동>의 유다인 <경주여행>의 이우정과 <척추측만>의 성다솜 <백년해로외전><평범한 날들>의 김예리가 후보에 올랐고, 이들 모두가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 가운데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영화 한 편을 끌어가는 탁월한 힘과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준 유다인을 독립스타상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스태프 부문은 <껍데기>의 강상협 촬영감독으로 선정하였는데, 독립영화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즉 배우와 연출과 카메라가 합체되어 움직이는 듯한 빼어난 카메라워크로 심사위원을 매혹시켰다.


이번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의 약세가 두드러졌고 용산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그런 가운데서도 심사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기억하고 넘어갈 만한 아쉬운 작품들을 골랐으니 이른 바 ‘특별언급’이다. 먼저 조현철 감독의 <척추측만>은 병변으로 제시된 상징성이 기저에 깔린 기묘한 멜로드라마로, 연출과 여배우의 연기가 눈길을 끌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심봉건 감독의 <껍데기>도 못내 아쉬운 영화인데, 현장지배력과 탁월한 연기연출로 심사위원의 고른 찬사를 받은 작품이며, 류미례 감독은 <아이들>에서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귀여움과 따뜻한 온기를 드러내었고, 외에도 김지현 감독의 <경주여행>과 허정 감독의 <저주의 기간>이 심사위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었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감독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수상하지 못한 영화의 감독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번 축제에 함께 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유독 힘들었던 2010년 독립영화의 힘찬 전진과 도약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대미를 장식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겨달라고 말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 서울독립영화제2010에 출품한 모든 감독과 작품은 2010년 한국영화의 승자였다. 상암벌에서 울려 퍼진 독립영화의 뜨거운 기운과 함성 가득했던 이 겨울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2010 본선심사위원 일동
경순 (다큐멘터리 감독)
김태용 (영화감독)
백건영 (영화평론가, 네오이마주 편집장)
원승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 소장)
황혜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