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4 경쟁부문 단편 예선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가 40회를 맞았습니다. 흔들림이 없는 나이라는 불혹의 서울독립영화제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총 1,004편의 출품작 중 단편은 899편으로 지난해보다 160편 가까이 늘었습니다. 한 감독이 여러 편의 영화를 출품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나 1인 제작 영화들도 여러 편 눈에 띄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더욱 많은 독립영화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약 900편에 달하는 영화들 대부분이 기술적, 형식적으로 안정된 만듦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몇 년째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듯이, 독립영화만의 독특한 매력과 혁신적인 새로움을 지닌 작품들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듯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올해 출품작 중에서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의 변화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우선 작품 수부터 대폭 늘었고, 다루는 주제 또한 개인적인 꿈이나 가족 이야기부터 사회적인 이슈까지 다양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인 시도들이 더욱 다채로워졌다는 점과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많아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습니다.


극영화에서는 액션이나 호러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SF 등, 그간 독립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장르들이 시도되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소재 면에서는 학교 폭력, 청년 실업, 도시 개발, 영화 촬영, 일상의 부조리 등이 여전히 많이 다뤄지고 있었으며, 치매나 고독사 같은 노인 문제, 이주민 문제, 가정 내 성폭력, 정치적 갈등, 종교 문제 등을 다룬 작품 또한 많았습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극영화와 실험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많아진 점 또한 눈길을 끌었습니다.


네 명의 예심위원이 긴 토론을 거쳐 최종 선택한 단편은 총 35편입니다. 극영화 24편, 다큐멘터리 5편, 애니메이션 4편, 실험영화 2편으로, 총 899편의 작품 중에서 극히 일부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끈한 완성도보다는 작품이 지닌 다양한 결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주제적인 진지함, 형식적인 새로움,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독립영화의 돌파력을 지닌 작품들을 지지하고자 했습니다. 3분짜리부터 50여 분짜리까지, 때론 논쟁적이고 때론 가볍고 유쾌하며 때론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이 35편의 단편들에서 독립영화의 ‘본색’을 맛봐 주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작품을 보내 주신 모든 출품 감독들께 감사드립니다. 

 

단편 예심위원(가나다순)
김은아(독립영화 매거진 NOW 편집장)
장훈(영화감독 <불한당들>, <원 나잇 스탠드>)
최진성(영화감독 <소녀>)
황미요조(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