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4 경쟁부문 심사평

불혹의 나이를 맞이한 서울독립영화제 2014년 경쟁부문의 심사대상은 35편의 단편과 11편의 장편이었습니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라는 그 특유의 고유한 맛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형식과 소재, 주제가 모두 상이한 작품 중에서 한정된 수상작을 선별한다는 것은 무척 곤혹스러운 작업입니다.
특히나 올해의 경우 의도한 목적을 충분히 성취한 작품들이 장르와 길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장편극영화 3편, 장편 다큐멘터리 3편, 단편 극영화 4편, 단편 다큐멘터리 1편을 수상작 후보로 압축했지만, 최종 대상작 후보로 논의되었던 작품들이 결국 수상작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왜냐하면 장르적 구별과 길이에 따른 구별이 무의미할 정도로 올해의 경쟁작은 저마다의 개성과 완성도가 충만했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대상은 김정근 감독의 <그림자들의 섬>입니다.
굴곡진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가 한진중공업이라는 사업장을 통해 고스란히 투영되었으며, 치밀하게 전개되는 자본과 권력의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가 소박하게 잘살고자 했던 평범한 노동자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좌절하게 하는지, 그들의 상처와 배신감들은 어떻게 다양하게 내면화되는지를 담백하게 그려내었습니다. 과하지 않으면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구성력이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최우수상은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입니다. 
그동안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에 반하는 이야기 구조의 파격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광국 감독은 자신만의 기발함과 재치를 기반으로 고단한 무명배우의 꿈과 로맨스를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통해 흥미롭게 펼쳐 놓았습니다. 한국영화계의 소중한 발견입니다.

우수상은 임대형 감독의 <만일의 세계>입니다.
언뜻 보면 남녀 간의 로맨스이지만, 주인공들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엄혹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내러티브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도 인물들의 설정과 대사, 비현실적인 장치들이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힘을 발휘합니다.
 
심사위원상은 서동일 감독의 <명령불복종 교사>와 정중식 감독의 <나는 중식이다>입니다.   <명령불복종 교사>는 우직한 기록의 산물입니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일제고사를 너무나 많이 내면화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교육현장의 주인인 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소위 말하는 전교조 논쟁으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소중한 영화입니다.
<나는 중식이다>는 여느 청춘영화와는 다른 영화입니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처한 현실은 암울하나, 청춘을 소재로 하는 많은 영화는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재능과 에너지, 긍정적인 힘으로 무장한 정중식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겠습니다.

올해의 스태프상은 <호산나>의 미술감독 김현아를 선정했습니다.
작품 역시 수상작 후보로 언급되었던 작품입니다. 결코 범상치 않은 주제를 놀라운 화면과 미장센,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 만큼 미술의 힘이 지대한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상영작에 참여했던 감독들과 스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4 경쟁부문 심사위원 일동 (가나다순)
고영재 (프로듀서)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류승완 (영화감독)
부지영 (영화감독)
임순례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