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4 35mm 단편영화 특별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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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사라진 시대다. 모두들 디지털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작고 가볍고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한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영화라는 예술 매체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이제 영화는 필름이라는 다소 번거롭고 복잡한 공정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손쉬운 매체가 되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고대했던 결과였다. 독립영화 역시 디지털의 등장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를 만들어내며, 창작의 활성화를 이루어냈다. 디지털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독립영화가 활성화될 수 있었을지 쉽게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을 불러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제 필름 자체가 사라져 선택의 여지없이 디지털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편영화의 러닝타임을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이미지를 잡아내는 열정과 노력보다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필름이 갖고 있는 어떤 매력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단순히 35mm 필름으로 만들어진 지나간 영화들을 보고 추억에 잠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시대에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과연 어떤 향취를 갖고 있는지 다시한번 돌아보고, 지금 여기의 독립영화들이 잊고 있거나 어쩌면 상실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필름 영화가 무조건 좋았다고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영화들이 갖고 있는 정서와 이미지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과 어떻게 궤를 달리하고 있으며, 이전 시기와 다른 지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를 기대한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 독립영화들의 빛나는 성취들을 돌아보고자 하는 취지 또한 포함되어 있다. 21편의 단편영화들과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이전 독립영화의 성취와 필름이라는 매체가 어떤 영화들을 가능케 했는지 돌아보고 단지 추억에만 빠지지 말고 지금 우리의 독립영화들을 돌아보길 기대해 본다.


안타까운 것은 불과 10여년전의 영화들의 프린트를 찾을 수 없거나, 필름 상태가 많이 훼손된 영화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래의 비전을 고민함과 동시에 과거의 성과들을 되새기고 보존하는 노력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키는 일이었다.


부디 이 특별전을 통해 필름 영화들이 갖고 있었던 긍정의 에너지를 다시한번 발견하고, 지금 현재의 독립영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서울독립영화제2014 35mm 단편영화 특별전 (21편)


<11세 Eleven>

장률 | 2001 | Fiction | 35mm | Color | 15min


<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

이석훈 | 1999 | Fiction | 35mm | Color | 7min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Shhhhh,>

이우정 | 2009 | Fiction | 35mm | Color | 25min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염정석 | 1999 | Fiction | 35mm | B&W | 10min


<남자다운 수다 Man talk>

홍덕표 | 2004 | Animation | 35mm | Color | 10min 50sec


<바람이 분다 The Wind Stirs>

이진우 | 2006 | Fiction | 35mm | Color | 14min 30se


<배고픈 하루 A Starving Day>

김동현 | 2004 | Fiction | 35mm | Color | 20min 19sec


<봄산에 To the Spring Mountain>

이지행 | 2002 | Fiction | 35mm | Color | 21min 45sec


<봄에 피어나다 Blooming In Spring>

정지연 | 2008 | Fiction | 35mm | Color | 20min


<생산적 활동 A Vital Activity>

오점균 | 2003 | Fiction | 35mm | Color | 21min 15sec


<샴, 하드로맨스 Siam, Hard Romance>

김정구 | 2001 | Fiction | 35mm | Color | 18min 22sec


<소풍 The Picnic>

송일곤 | 1999 | Fiction | 35mm | Color | 18min


<우중산책 Promenade in the Rain>

임순례 | 1994 | Fiction | 35mm | Color | 13min 30sec


<유년기의 끝 The whale in the West sea>

김재원 | 2006 | Fiction | 35mm | Color | 28min


<이렇게는 계속 할 수 없어요 Nothing’s gonna stop us now>

윤성호|2005|Fiction|35mm|Color|21min 30sec


<자장가 A Cradle Song>

원신연|2002|Fiction|35mm|Color|10min 30sec


<적의 사과 Enemy’s Apple>

이수진|2007|Fiction|35mm|Color|21min


<정현아~ Hey, Jung-Hyun~>

강준원 | 2004 | Animation | 35mm | Color | 7min


<체온 The Body Temperature>

유상곤 | 1998 | Fiction | 35mm | Color | 8min


<희망이 없으면 불안도 없다 No Hope, No Fear>

염정석 | 2001 | Fiction | 35mm | B&W | 6min 30sec


<히치하이킹 Hitchhiking>

최진성 | 2004 | Fiction | 35mm | Color | 30min 30sec


35mm 장편 특별상영 (1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ie Bad>

류승완 | 1999 | Fiction | 35mm | Color | 96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