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5 경쟁부문 장편 예심 심사평

41회째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장편 경쟁 부문 출품작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총 93편의 장편 작품(극영화 54편, 다큐 37편, 실험영화 2편)이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습니다. 언제나 그러합니다만 긴급한 사회적 이슈를 치열하게 다루는 작품에서부터 개인적 삶을 소소하게 돌아보는 작품까지 혹은 독립 영화계 거장들의 작품에서부터 신인들의 작품까지 혹은 형식의 과감함으로 무장한 작품에서부터 인물의 사랑스러움을 담은 작품까지 다양하고도 즐비했습니다. 그중에서 소수의 몇 편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난감함이야말로 벅찬 기쁨이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심사과정을 돌아보자면, 극영화의 경우에 심사위원들 사이의 의견은 조금씩 천천히 순차적으로 좁혀졌습니다. 하지만 쟁점이 제기될 만한 소수의 영화에 대해서는 멈춰 서서 오랜 동안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다큐의 경우는 사정이 많이 달랐습니다. 심사위원 각자의 전반적인 명단이 우선 크게 달랐고 해당 작품에 대한 의견이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때문에 다큐의 경우에는 불규칙적으로 일 보 전진 이 보 후퇴의 과정을 거듭하며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다큐가 언제나 서울독립영화제의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알기에 더 민감하게 그러했을 것입니다. 올해의 다큐 출품작들이 예년에 비해 다소 약세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경쟁 부문에 오른 다큐 작품들의 경우는 각자의 독창성 면에서 여전히 주목을 요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11편의 장편 경쟁 부문 상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극영화가 7편, 다큐가 4편입니다. 대략 그 유형들을 거칠게 예고하자면, 서사적으로 유능하고 짜임새 있는 대중 친화적 극영화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뚝심 있게 담아낸 전통적인 독립 극영화들이 또 한 축을 이룹니다. 혹은 능수능란한 형식적 진취성 내지는 충격에 가까운 도발 성을 갖춘 극영화도 있습니다. 그리고 4편의 다큐는 각자 너무나 뚜렷한 자신들만의 장점을 지닌 터라 해당 작품들 개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 외에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11편의 영화가 공유하는 단 하나의 대전제가 있다는 사실은 결코 변치 않을 것입니다. 독립영화 스피릿이 이들을 여기 모이게 했습니다.

모든 심사는 심사위원들의 감식안을 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심사위원들의 무능 또한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93편의 작품 중에서 혹시라도 탁월하고 긴요한 독립영화를 발견, 발굴해내지 못했다면 그건 심사위원들의 무능의 소치일 것입니다. 경쟁 부문에 오른 11편의 영화에게는 축하를, 나머지 82편의 영화에게는 위안과 용기를 전합니다.       

장편예심위원(가나다순)
모은영(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정한석(영화평론가)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