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6 경쟁부문 단편 예심 심사평

2016년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단편에는 총 949(극영화 707, 애니메이션 108, 다큐멘터리 60, 실험 62, 기타 12)이 출품되었습니다.

 

올해는 VHS급 화면의 1인칭
카메라 시점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에서부터, 대중적으로 친숙한 배우들이 참여했거나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닌 영화들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역대 최대로 많이 모인 해였습니다. 작품들은
장르와 콘셉트별로 편차가 있긴 했지만 전반전으로 연출적, 기술적인 면에서 탄탄했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이고 좋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매 작품마다 죽음이 일상을 넘나드는 현시대의 공기, 생존의 몸부림, 사회에 전반적으로 깔린 위태로운 현실 등에 대한 각자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저희 예심위원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영화들 앞에서,
과연 어떤 작품을 올해의 경쟁작으로 뽑아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에서 단지 서른여 편의 작품을 고른다는 것은 선택의 딜레마와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예심 논의를 거쳐 최종 선택한 작품은 극영화 21, 애니메이션 2, 실험
영화 3, 다큐멘터리 4편으로
30편입니다. 작품들을 선정하는 기준은 소재의 차별성, 주제의 진정성, 전체적인 완성도,
개성과 스타일, 그리고 성실도였습니다

 

극영화
부문에서는 개인과 가족, 노년, 학교폭력, 취업문제 등 전반적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짙게 깔린 사회적 문제들과 그에 따른 불안과 공포를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특히 4.16 세월호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공통으로 담겨있었고, 영화제작 현장과 배우, 스태프,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서사화하고 장르화한 작품, 여성적 시선이 도드라진 작품이 수적으로 많았습니다.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우, 기존 영화와 텍스트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재해석하고 배열하는 방식의 시도가 많았으며, 영상과 사운드의 충돌에서 오는 미학적인 성취, 푸티지 방식이 주가
된 다큐멘터리 기법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개인적 경험과 사유를 기반으로 한 사적 다큐멘터리
또한 많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전반적으로 플롯이 안정적이고 위트와 유머가 돋보였으며,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애니메이션 특유의 미학적
도전성이 더욱 풍성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 함께 들었습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이 배정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의견일 뿐입니다. 900여 편의 작품 중에서 30편만을 뽑는다는 명제 안에는 심사라는 제도 자체의 불합리함이 내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완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본선 상영작을 결정할 때도 이 특성은 여지없이 반영되었습니다. 저희
여섯 명의 심사위원들 각자가 모두 지향하는 바와 선호하는 지점이 달랐기 때문에, 현재 선정하게 된 작품들은
치열한 토론을 걸쳐 도달하게 된 합의의 결과라고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슬로건은럭키드로우 LUCKY DRAW’입니다. 내용물을 알지 못한 채 고르는 선물상자. 추첨번호를 뽑는 제비뽑기 럭키드로우. 역대 최고로 경쟁이 치열했던
예심을 통과한 서른 편의 영화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에 넣었습니다. 모쪼록 저희가 마련한 서울독립영화제라는
선물상자에서, 럭키드로우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단편예심위원 (가나다 순)

김경묵(영화감독, <유예기간>,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김정근(영화감독, <그림자들의
>, <버스를 타라>)

신아가(영화감독, <어떤
시선>, <밍크코트>)

이지연(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