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6 경쟁부문 장편 예심 심사평

매년 12월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는 아마도 그 한 해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만들어진 독립영화의 전반적인 경향과 화제작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일 것입니다. 물론 여러 심사과정과 프로그래밍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천여 편의 영화 중 단 몇십 편으로 제한되지만, 그 모든 영화는 ‘지금, 여기’ 대한민국과 독립영화의 시대의식과 스타일,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과 취향들을 고백하고 증언하는 작품들입니다. 

 

2016년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출품된 작품은 총 90편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중 극영화가 49편, 다큐멘터리가 35편으로 다수를 차지하였습니다.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을 보다 본격적으로 엿볼 수 있는 형식들의 영화는 올해 유난히 적었는데, 애니메이션이 1편, 실험영화 및 기타 형식으로 간주할 수 있는 작품이 5편이었습니다. 90편 전체를 두고 보자면, 격렬하고 극단적인 한국사회와 대비될 정도로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관습적이고 평이했습니다. 극영화 분야에서는 장르적인 취향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몇몇 영화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자신들의 무겁고 어두운 일상들을 소소한 개인사나 가족에 투영해 담아내는 작품들이 주류였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노동의 현장에 관한 기록들이 여전히 다수였습니다. 다만 음악 활동이나 연극무대를 다룬 작품 그리고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여러 곳에서 촬영된 작품들이 다소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심사는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영화들의 리스트를 제출한 뒤, 그 리스트에서 언급된 모든 작품 한 편 한 편씩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연히 논쟁이 있었고 찬반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기도 하였으나, 결국 긴 시간의 고심 끝에 총 9편의 작품을 결정하였습니다. 

 

먼저 극영화는 총 4편이 선정되었습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해체와 갈등, 화해를 테마로 삼고 있는 세 편의 영화들은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혹은 미니멀한 스타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들입니다. (<컴 투게더>, <꿈의 제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또한 극과 현실의 경계를 절묘하게 조율해 긴장을 만들어내는 <나의 연기 워크샵>도 최종 선정작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부분에는 음악과 노동 그리고 한국사회를 열정적인 에너지로 관통해내는 <노후대책 없다>, 늙은 탁주 노동자들의 소외된 싸움을 기록한 <깨어난 침묵>, 서로 다른 장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고민 그리고 시를 들려주는 <시 읽는 시간>, 원전과 핵이라는 시의적 주제를 담아낸 <핵 마피아> 그리고 <두 개의 문> 이후 용산참사의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문제를 추적한 논쟁적 작품 <공동정범> 등 총 5편이 선정되었습니다.
최종 선정작은 아홉 편에 그쳤지만, 2차 심사에 올랐던 30여 편의 영화들, 그리고 각자의 애정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90여 편의 영화들은 모두 한국 독립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작품들입니다. 비록 제한된 영화들만이 이번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최종 선정된 아홉 편들은 2016년 한국 독립영화에 있어서 올해의 발견과 성취 그리고 올해의 논쟁과 화제작들을 엿볼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장편예심위원 (가나다 순)
김정석(프로듀서)
정지연(영화평론가)
정한석(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