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6 국내 특별초청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2016 특별 초청 부문의 작품은 한 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영화제를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총 41편으로 단편 28편, 장편 13편이며 장르별로 극 26편, 다큐멘터리 9편, 애니메이션 6편입니다. 올해를 대표하는 기성작가의 작품과 여러 영화제에서 평가받은 화제작이 두루 배치되어 있고, 패기로 무장한 신작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단편 중 여성 캐릭터가 두드러진 작품이 다수 눈에 띕니다. 여성을 둘러싼 환경과 트라우마를 묘사하는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 <아버지의 방>과 극영화 <나의 기념일>이 있습니다. <미용실>, <팡뜨>, <플라이>는 각자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여성 간에 관계와 긴장이 두드러집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은 교사와 학부모, <말하지 않으면>은 예민한 청춘의 교감에 관한 영화입니다. 성소수자의 사랑을 성찰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와 <연지>는 젠더 이슈를 넘어 각각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로서 충분합니다.
사회성을 녹여낸 수작으로 <미행>, <예술의 목적>, <풀밭위의 점심식사>가 있으며, 코미디 영화로서 <마이 스윗 레코드>, <어둠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소리>는 영화예술을 사유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테마>는 버라이어티한 청춘 로맨스물로 인상적이며, <그 냄새는 소똥냄새였어>는 미니멀한 연출의 코미디물입니다. 여기에 인권 영화 <나는 남한을 사랑합니다>, 학교폭력을 판타지로 극복하는 <카프카>, 주술적 무드와 언어가 독특하게 충돌하는 <음유시인>, 종교와 도박이 결합된 <수요기도회>까지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유년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와 아이>, <하얀침묵>, <사슴꽃>이 화려한 기법의 애니메이션 수작으로 준비되어 있고, 푸티지 아카이브를 실험한 <도큐멘트 70: 속물에 대한 6가지 테제>와 사회와 세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엄마의 상자>가 단편 다큐멘터리로 초청되었습니다.
13편의 장편들은 광범위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의 향연입니다. 독립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김정, 김태일, 태준식, 김수현 등 관록있는 이름들부터 이상덕, 안정민 등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이는 낯선 이름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정 감독의 <고려 아리랑 : 천산의 디바>는 북간도에서 카자흐스탄 지역으로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의 역사를 탐색하며, 그곳에서 인민배우로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습니다. 김민철, 임일진 감독의 <알피니스트>는 죽음을 감내하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며, 그들의 열정어린 집념을 잡아냅니다. 김태일 주로미의 <올 리브, 올리브>는 가족이 함께 만드는 ‘민중의 세계사’ 시리즈로 팔레스타인 지역 사람들이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어떻게 위태로운 삶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갈재민 감독의 <인투 더 나잇>은 ‘모노톤즈’라는 밴드가 결성되고 멤버를 규합해 가는 과정의 험난함을 세밀하게 기록한 작품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창작자의 고충을 음악과 함께 체험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동하 감독의 <위켄즈>는 게이코러스 ‘G-보이스’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성적 소수자들의 삶의 단면과 그들의 공연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태준식 감독의 <촌구석>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진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광범위한 사회적 이슈와 문제들을 바라본 감독의 시점을 개인적인 회한과 함께 담아낸 가슴 아픈 작품입니다.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는 남성 중창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생계의 위협을 무릅쓰고 연습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과 예술의 경계. 그들의 힘겨운 도전을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안정민 감독의 <소녀의 세계>는 서로 사랑하고 아파하는 소녀들의 감수성이 아련하면서도 가슴 뛰게 표현된 작품입니다. 김경원 감독의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한 아티스트의 흥망성쇠를 통해 예술의 예술가의 존재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극우 보수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청년과 노인이 한국사회와 대면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우리 손자 베스트>는 <귀여워>와 <창피해> 등을 만든 김수현 감독의 새로운 작품입니다. 글을 쓰는 작가와 그가 만나는 여성들과의 관계를 통해 창작의 여정을 반추하는 이상덕 감독의 <여자들>은 소소한 느낌의 일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젊은 남자와 짧은 여행을 떠난 한 커플의 하루를 춘천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은 일상의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조하듯 보여줍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벌어지는 복잡 미묘한 이야기를 정돈된 자세로 뚝심 있게 만들어낸 <누에치던 방>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가 돋보입니다.
이렇게 13편의 전혀 다른 내용과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 특별초청 장편 부문에 상영됩니다. 여기 이 작품을 통해 주제적으로나 형식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독립영화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6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