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부문 심사평

 

올해 1000편 이상의 작품들이 출품돼, 역대 최고의 경쟁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열한 수위를 뚫고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단편 30편, 장편 9편(다큐 5편, 극 4편)입니다. 해가 갈수록 작품들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대체적인 공통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세월호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에서부터 독창적인 장르 실험에 이르기까지, 한국 독립영화의 시야와 상상력이 조금씩 더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목도하는 계기였습니다. 영화제 내내 즐거운 체험이자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올해는 단편과 장편 다큐멘터리들이 강세였습니다. 약동하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단편영화들이 한국 독립영화의 미래가 여전히 밝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면, 미적 형식까지 두루 살피며 각각의 최전선에서 사회 문제를 담아내려는 다큐멘터리들의 안간힘은 독립영화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장편 극영화 역시 이에 뒤지지 않고,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정진하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심사위원들이 선택한 서울독립영화제2016 대상작은 이동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후 대책 없다>입니다. 이론의 여지 없이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선택한 작품입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한국 펑크신을 자기 연민 없이 해학의 리듬으로 묘파해낼 뿐만 아니라, 펑크 역사와 사회정치적 맥락까지도 잊지 않고 두루 꿰어낸 그 단단한 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무관심 속에서도 재잘재잘 웃으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강단이 어쩌면 지금 한국 독립영화에 가장 필요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작품은 이지원 감독의 <여름밤>입니다. 올해 본선 경쟁작 중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가장 흔들어놓은 작품일 것입니다. 바늘 한 땀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정교한 영화적 세공술도 일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수상에 선정된 작품은 김일란∙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입니다. <두 개의 문> 으로부터 이어지는 용산참사에 대한 또 한 번의 헌화. 카메라의 재현 윤리를 고집스레 성찰하면서도 기어히 우리의 망각된 기억을 되살려내는 작품입니다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심사위원특별상 두 작품은 백종관 감독의 실험영화 <순환하는 밤>과 김지현 감독의 애니메이션 <무저갱>입니다. <순환하는 밤>은 ‘햄릿’의 유령을 소환해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한 진혼곡입니다. 시적 정조가 물씬한 작품이라는 평이었습니다. <무저갱>은 독특한 구성의 작화로 우리 시대의 화두인 ‘여성혐오’를 묘사해낸 우화입니다. 간결하면서도 영화적 재미가 담겨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올해의 독립스타상은 <수난이대>와 <여름밤>에 출연한 배우 정재광에게 돌아갔습니다. 적은 필모그래피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 속에서 전혀 다른 얼굴로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활동과 변화가 기대됩니다. 그리고 열혈스태프상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음악 감독 하헌진입니다. 인디 뮤지션이기도 한 하헌진씨는 영화적 공기를 능수능란하게 포착해 해당 영화의 밀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최근 한국 독립영화와 인디씬의 협업 작업이 활발한 가운데, 단연 주목할 만한 행보라 여겨집니다.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비상 상황 속에서 맞이한 영화제였지만, 수상작들과 본선 경쟁작들이 준 것은 다름아닌 위로이자 미래에 대한 찬가일 것입니다. 영화제 기간 내내 감동했고, 행복했습니다. 영화들을 출품해주신 모든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 심사위원 일동
김경욱(영화평론가)
김홍준(영화감독)
박홍열(촬영감독)
이송희일(영화감독)
정재은(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