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7 본선경쟁 부문 장편 예심 심사평

43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출품된 작품은 총 139편입니다. 무척이나 특기할 만한 일입니다. 예년에 비하여 대략 50여 편이 늘어난 숫자입니다. (41회에는 93, 42회에는 90편이었습니다). 변화에 관하여서는 면밀한 분석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다만 한 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중요한 자리인 서울독립영화제, 이곳에 거는 독립영화인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올해의 경향도 여전히 다양했습니다. 사회적 문제, 개인의 고뇌, 혹은 장르의 유희에서부터 진지한 미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독립영화의 폭은 넓고 깊었습니다다만 독립영화란 언제나 사회의 정서적 물리적 초상을 담아내는 데 민감한 무엇이다 보니 올해의 작품들 중 상당수도 그러한 지표로 읽히기에 충분했습니다특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약진한 것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었습니다다만 이러한 주제의 약진이 시류에의 편승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독창성을 동반하기를 저희들은 또한 바라고 있습니다. 심사는 총 4인이 맡았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추천작을 중심으로 하되 행여 놓쳤을지도 모를 작품들을 두루 살피면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그렇게 하여 최종 10편을 선정하였습니다. 극영화 7, 다큐멘터리 3편입니다. 올해는 다큐보다 극영화 쪽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극영화는 <초행>, <살아남은 아이>, <얼굴들>, <히치하이크>, <이월>, <소공녀>, <죄 많은 소녀>입니다<초행>은 젊은 연인들의 일상을 섬세한 연기와 연기 연출로 그려내고 있습니다<살아남은 아이>는 아이러니한 윤리적 문제를 탄탄한 서사의 힘으로 진행합니다<얼굴들>은 인물들과 풍경들을 경유해가며 생경한 리듬을 전합니다<히치하이크>10대 소녀의 흥미로운 성장담이자 모험담입니다. <이월>은 젊은 여성의 쓸쓸하면서도 폭풍 같은 고행기입니다<소공녀>는 웃음과 취향으로 무장한 블랙코미디입니다그리고 <죄 많은 소녀>는 한 여고생을 둘러싼 피해와 가해에 관하여 무섭게 관찰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소성리>, <말해의 사계절>, <카운터스>입니다. <소성리>는 성주와 사드와 그리고 그 땅과 사람들의 내밀한 삶과 역사를 응시합니다<말해의 사계절>은 밀양의 할머니 말해의 일상을 세밀하고도 아름답게 바라봅니다<카운터스>는 혐오에 맞서는 특별한 활동가들의 신나는 활력을 중계합니다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응해주신 139편의 모든 독립영화 창작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고심 끝에 선택된 이상 10편의 작품이 마침내 여기 모였습니다. 올해 독립영화의 가장 주요한 성과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이 작품들을 통해 독립영화는 또 한 발 나아갈 것입니다

 

 

본선경쟁부문 장편 예심위원(가나다순)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남다은(영화평론가)

정지연(영화평론가)

정한석(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