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7 새로운선택 부문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2017이 새로운선택 부문으로 상영하는 작품은 총 26(단편 20, 장편 6/ 15, 다큐멘터리 7, 애니메이션 2, 실험 2)입니다. 

단편과 장편으로 나뉘어 선정의 변을 전합니다.

 

새로운선택 부문 단편의 선정 기준은 무엇보다 새로운에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형식, 새로운 이미지 등 새로운 그 무엇이 있다고 판단되는 스무 편의 영화를 모아 새로운선택을 꾸렸습니다. 새로움은 늘 좋은 영화를 선별하는 첫 번째 조건이지만, 이를 충족하는 작품을 발견하는 건 해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선택의 영화들이 더욱 귀하게 다가옵니다올해는 그 어느 장르보다도 애니메이션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남자(man)를 귀여운 동물(animal)로 형상화해 묘사한 연애담 < Manimals >와 삶의 휴식처로서의 카페를 판타지 형태로 접근한 <그 카페>는 개성 있는 그림체와 그에 부합하는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단편의 또 하나의 경향은 여성 혹은 엄마의 독립입니다. 이를 다루는 시각 또한 다양해서, 여고생 딸의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마더곤>과 남동생이 누나를 찾아 나서는 <누나의 가출>과 염색이라는 행위로 엄마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염색>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새로운선택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 장르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입니다. 실험영화 <마지막 웃음><그 책>은 각각 국정농단 두 주역의 젊은 시절 문제적 자료화면으로, 욕망은 감출 수 없지만, 정체는 감춰야 하는 성소수자의 처지를 도화지 같은 빈 책에 내레이션과 각종 이미지로 채워나가는 방식이 대담합니다. 역시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있는 존재>는 그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해변에서 모녀가 사진을 찍는 일견 평범한 광경의 <9>은 예상치 못한 포즈의 감흥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서로 다른 국적의 예술가들이 삶과 예술적 철학과 고민과 비전을 들려주는 <아르카디아 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합니다.

비일비재한 개발화로 곤란을 겪는 우리 이웃의 사연에 눈높이를 맞추는 <봄동><율리안나>는 비슷한 배경임에도 전자는 은유가 강하고 후자는 극과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희미해 낯선 영화적 체험을 선사합니다. 언급한 배경과 소재의 영화는 아니지만, 과거의 어떤 경험에서 기인한 심리적 혼란을 기괴한 이미지로 전달하는 <홍수>와 성 소수자의 처지와 선택을 창작자가 규정하지 않는 <헬로>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소설을 준비하는 이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124><소설가 정연씨의 일일>은 소설의 화법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습니다지금 소개하는 영화들은 최근의 단편들에서 쉬이 발견할 수 없는 귀여움과 유머와 재치가 넘칩니다. <너의 말><알로하>는 그저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의 고민과스스로의 해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마음을 흔들고 <얄개들>은 예상치 못하게 터지는 웃음 포인트가 참신하며 <기념사진>은 주인공의 돌발 행동이 주는 정서적 반전이 매력적입니다. 새로운 선택의 영화들에서 느끼고 보았던 감흥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진감독들의 도전적인 첫 영화, 혹은 두 번째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선택 장편 부분에는 총 여섯 편의 작품들이 선정되었습니다두 편의 극영화와 네 편의 다큐멘터리가 그들입니다. 올해 장편 경쟁에 출품된 다큐멘터리의 경향 속에서 새로운선택은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의 패기에 주목하였습니다네 편의 다큐멘터리들은 김보람의 <개의 역사>, 권경원의 <국가에 대한 예의>, 김보람(<개의 역사>의 김보람과는 동명이인입니다)<피의 연대기>, 변규리의 <플레이온>입니다. <개의 역사>는 늙고 병든 개의 사연에서 출발해서 한 공간의 풍경을 이루는 사람들의 삶을 지나 궁극에는 에 대해 질문합니다. 서로 낯선 기억들을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마주보게 하는 방식이 사려 깊고 따뜻하며 섬세합니다. <국가에 대한 예의>는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고통의 세월을 보낸 강기훈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국가의 폭력과 개인의 희생,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싸움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서 현재의 강기훈을 지탱하는 마음에도 눈길을 거두지 않습니다.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월경을 발랄하고 대담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며 생리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무엇보다 유쾌하고 통쾌하며 유익합니다. <플레이온>은 정규직 전환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에 돌입하며 팟캐스트를 시작한 SK브로드밴드 하청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청 노동자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불합리한 환경과 일상의 무게를 끝내 어둠에 잠식되지 않은 기운으로 전하려 애쓴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패기의 차원에서라면 네 편의 다큐멘터리에 지지 않는 흥미로운 극영화들도 여기 있습니다. 우윤식의 <로타리>와 임정환의 <국경의 왕>이 그들입니다. <로타리>는 다소 거친 연기와 이야기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그러한 약점을 뚫고 나오는 자기만의 호흡과 색채를 지닌 영화입니다. <국경의 왕>은 난데없는 상황과 캐릭터의 설정들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세계임에도 이상하고 개성적인 유머와 엉뚱한 시선이 그 아리송한 흐름을 따라가게 합니다새로운선택 부문은 신진 감독들의 현재 결과물에 대한 만족만이 아니라,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기대 또한 선정의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올해 상영될 여섯 편의 영화들이 관객들에게도 그러한 만족과 기대를 안기기를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여섯 명의 감독들이 더 도발적이고 튼튼한 영화와 함께 서울독립영화제에 귀환할 날을 기다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7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