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7 해외초청 부문 상영작 발표

 

서울독립영화제2017은 총 여덟 편의 해외영화를 소개한다.
 
먼저 아시아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스트 왕빙의 <미세스 팡>과 중국의 저명한 설치미술가이기도 한 쉬빙의 <잠자리의 눈>은 카메라를 든 감독이 현실을 마주하는 자세를 각자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중국 빈민층 여성의 마지막 며칠을 동요 없이 담아내는 왕빙의 카메라가 디렉트 시네마의 정수라면, 쉬빙은 기록용 무인카메라(CCTV)가 일말의 인간적 가치판단 없이 기계적으로 담아낸 영상들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기워내며 현대미술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올해 주목할 만한 작품을 여러 편 배출한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가 소개된다. 잠잠하지만 예리한 언어로 현대 일본의 사회문제를 다뤄온 이시이 유야 식의 청춘 드라마로, 현대 일본인의 상실감과 불안, 고립감이 집약된 도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고단한 삶을 버티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동시대 중앙아시아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연출세계를 갖춘 잔나 이사바예바의 <스베타>는 대사가 거의 배제된 수화영화로, 비전문 청각장애인 여배우의 열연이 극단적인 서사에 힘을 실어준다. 올해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201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겅준의 <프리 앤 이지>는 철저하게 계산된 페이스 조절과 풍자가 돋보이는 코미디극으로, 수상한 비누 세일즈맨이 황량한 중국 북부 마을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아미트 마수카의 <뉴턴>과 보얀 불레티치의 <레퀴엠: J를 위하여>는 각각 인도와 세르비아의 201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출품작.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뉴턴>은 인도 민주주의의 유약함을 풍자적으로 드러내는 블랙코미디로, 웃음과 긴장, 그리고 둘 사이의 팽팽한 균형이 돋보이는 화제작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에서 첫 선을 보인 <레퀴엠: J를 위하여>는 관료주의적 요식 체계에 부딪혀 자기 의지대로 자살할 수조차 없는 미망인을 통해 사회주의의 잔재와 새로운 가치가 충돌하는 오늘날 동구권의 혼란을 다루는 블랙코미디. 세르비아의 국민여배우 미르야나 카라노비치가 출연한다.
 
마지막으로 2016년 ‘세기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이세돌 9단과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을 다룬 그렉 코스의 다큐멘터리 <알파고>가 소개된다. 인간 심리의 작동 방식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한 기술적, 철학적 질문을 이끌어내는 감독의 연출은 <알파고>에게 단순한 연대기적 기록물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총 여덟 편의 상영작 중 다섯 편은 모두 서울독립영화제2017을 통해 처음 국내 관객과 만난다. 서울독립영화제가 다양한 주제의식과 표현양식의 해외 작품들을 통해 지역과 장르를 불문한 동시대 독립영화의 경향과 작가들의 영화적 태도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독립영화제 해외 프로그래머
김영우(서울독립영화제2017 집행위원)
길선영(미국 연예산업전문지 버라이어티 영화기자)
 
 
 
■ 서울독립영화제2017 해외초청 상영작 리스트 (알파벳순)
 
<알파고 AlphaGo> 그렉 코스 Greg Kohs
<잠자리의 눈 Dragonfly Eyes> 쉬빙 Xu Bing         
<프리 앤 이지 Free and Easy> 겅준 Geng Jun      
<미세스 팡 Mrs. Fang> 왕빙 Wang Bing   
<뉴턴 Newton> 아미트 마수카 Amit V Masurkar
<레퀴엠: J를 위하여 Requiem For Mrs. J.> 보얀 불레티치 Bojan Vuletic         
<스베타 Sveta> 잔나 이사바예바 Zhanna Issabayeva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The Tokyo Night Sky Is Always the Densest Shade of Blue> 이시이 유야 Ishii Yu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