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8 본선경쟁 부문 단편 예심 심사평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는 모두 1,125편의 단편 영화가 도착하였습니다. 여섯 명의 예심위원들이 영화들을 꼼꼼히 보고 몇 번의 긴 토론을 거쳐 총 24편의 영화를 선정하였습니다. 이 영화들은 본선경쟁 부문 단편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1,125라는 큰 숫자와 24라는 작은 숫자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영화를 상영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였지만 결국 영화제 일정과 장소라는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상영작에 포함하지 못해 아쉬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다들 각자의 명확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그 문제 의식을 흥미로운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여섯 명의 예심위원이 어떤 교집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쉽게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부디 다른 기회에 그 작품들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만난 단편 중 눈에 띄는 경향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선명하게 드러난 여성주의적 시선입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소재로 취한 작품이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단순한 고발의 성격을 넘어 변화에 대한 선한 의지와 타인과의 연대를 그린 작품이 돋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실험영화’의 뚜렷한 존재감입니다. 이는 단순히 ‘전통적’ 실험영화가 많았다는 게 아니라 상투적인 내러티브 진행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과감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서사와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예심위원들은 이런 작품들에 좋은 자극을 받았으며, 영상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 새로운 흐름이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몇 년째 변함 없이 확인할 수 있는 흐름도 있습니다.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어떤 윤리적 결단에 내몰리는 주인공들은 독립영화의 대표적 형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영화 만들기를 소재로 삼아 감독 본인의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소재만으로 개별 작품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익숙한 소재일수록 보다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당연한 명제를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들을 감상한 뒤 예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나눈 의견은 작품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우울했다는 것, 그리고 선명한 장르적 색깔을 가진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앞으로 보다 다양한 개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쉽게 아쉬움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특정 작품들에게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 건 아닌지도 자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감독들의 영화적 고민과 미래가 궁금한 배우, 스태프들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더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선경쟁
부문 단편 예심위원(가나다순)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중현(영화감독,
<
이월>)

송치화(KBS독립영화관 작가)

신아가(영화감독,
<
밍크코트>)

이후경(영화잡지『필로 FILO』편집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