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8 본선경쟁 부문 심사평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어렴풋한 인상보다 구체적인 좌표를 찍은 영화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안전한 입구로 들어온 관습적인 전개와 해석의 자유라는 문으로 나가는 회피의 결말을 선택한 영화들이 끝내 수상작에 오르지 못한 이유기도 합니다. 시간이 결코 훈장이 수는 없지만, 오로지 시간만이 만들어 있는 시선과 힘에 대한 경외와 지지가 수상작 선정을 이끌었습니다독립영화가 동시대 사회를 투영하는 가장 빠른 통로이자 필터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미투운동의 필연적 물결 속에 여성의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여성 스스로의 선택과 결단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급처분 밖에 없던 , 정착지를 모르는 유랑과 표류, 어렵게 통과한 지옥으로 다시 회귀하는 청년들의 막막한 발자국들이 여기저기에서 목격되었습니다또한 올해 장단편 극영화에서 스스로 영화를 끌고 나가는 소년, 소녀들의 늠름한 활약을 보며 타인의 아역 배우로서의 효용을 뛰어넘어 어린 배우들이 바로 독립영화의 새로운 자산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올해 심사위원들이 선택한 대상은 강상우 감독의 <김군>입니다. <김군> 비극으로 뭉쳐진 원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살육의 현장에 존재했던 많은김군들의 개별의 클로즈업을 통해 영화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호령하는 새로운 시각과 다른 방식을 제시합니다. 사건 사람들을 기억하는 구체적인 이미지와 음성의 좌표를 따라, 존재했지만 증명할 없는 미스테리어스한김군 행방을 추적하는 장르적 긴장감을 연료로 태워서 영화는 익숙한 역의 새로운 공간에 당도합니다. <김군> 한국의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징성과 전체성의 시대를 지나 구체성과 개별성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변곡점 위의 영화입니다

 

최우수장편상 박주환 감독의 <졸업>입니다. 영화의 시작에 담긴 아마추어적인 표면와 거친 시도들을 끝내 사포질하거나 다듬지 않은 다큐멘터리는 일견 대학의 민주화 투쟁을 쫓아가는 개인의 10년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부패된 사학의 썩은 내를 방관하거나 묵인해 정부와 사회의 연결고리로 무리없이 확장되는 고발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쟁취한 청년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동시에 졸업 찾아 여전히 녹록치 않을 삶을 염려케했던, <졸업>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가장 움직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최우수단편상 오성호 감독의 <눈물>입니다연애 3주년을 맞이해 놀이동산을 향해 떠난 젊은 연인이 언저리를 나절 넘게 돌며 결국 꿈의 나라, 사랑의 롯데월드로의 진입에 실패하는, 눈물없이 없는 영화입니다. 연애가 사치라는 시대를 살고 있는 가난한 연인이 3 아름다운 사치품을 간직하려 발생되는 비극을 담은 가장 현재적인 멜로 드라마인 동시에, 틀어진 관계의 접합부와 균열의 순간을 놀랍도록 세심하고 생생하게 포획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장 보편적 연애에 대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김세인 감독의 <컨테이너>에게 돌아갔습니다. 수재라는 재앙을 겪으며 아이의 마음 속에 점차 쌓여진 불안과 분노 그리고 발생될 상실을 막으려는 심리적 간절함을 컨테이너 앞을 돌로 켜켜이 쌓는 최선의 저항의 행동으로, 무거운 돌무더기의 이미지로 구체화 시킨 김세인 감독의 영민하고 강렬한 연출이 여운으로 무겁게 내려앉은 영화였습니다

 

올해의 독립스타상은 <보희와 녹양> 안지호 배우와 <다운> 김재화 배우에게 바칩니다. <보희와 녹양> 안지호 배우는 소년의 과도한 활력에 대한 고착된 이미지에 발목 잡히지 않은 , 시기 인간만이 보유한 미완의 아름다움을 담대하게 펼쳐나가는 연기로 모든 심사위원들에게 기분 좋은 자극을 안겨주었습니다. <다운> 김재화 배우는 이미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배우이지만 <다운>에서 마치 처음 발견한 원석처럼 보일 정도 였습니다. 높은 확률로 다운증후군 보유가 의심되는 아이를 임신한 드라마틱한 상황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김재화 배우는 과장되지 않은 현실감으로 전달합니다. 배우 속에 있는 무궁한 가능성을 살피기 보다 익숙한 이미지만을 캐스팅하고 반복 요구하는 창작자들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만든 성취였습니다. 앞으로도 서울독립영화제가 안지호 배우처럼 낯설고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는 기회와 동시에 김재화 배우 처럼 익숙한 어떤 배우의 낯선 얼굴을 발견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열혈스태프상은 <밤빛> 김보람 촬영감독에게 드립니다. 어둠의 가운데에 드리운 미묘한 빛의 변화를 때론 아침을 기다리는 새벽처럼, 때론 짙은 밤을 향해가는 늦저녁처럼 담아낸 김보람 감독의 촬영은 죽음의 시간을 앞둔 남자의 어두운 마음 속에 아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드리운 미묘한 희망과 절망의 드라마를 카메라로 설득시켰습니다

 

올해 수상하신 모든 감독과 배우와 스태프 분들께 다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영화를 출품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8 본선경쟁 심사위원 일동

민규동
(영화감독)
변성찬(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 영화평론가)
백은하(‘백은하 배우연구소소장, 영화 저널리스트)
송혜진(시나리오,드라마작가)
이수연(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