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8 새로운선택 부문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2018의 새로운선택 부문으로 상영하는 작품은 총 19편(단편 12편, 장편 7편/ 극16 편 다큐 3편)입니다. 2013년에 신설한 새로운선택 부문이 6년차를 맞으며 영화제를 대표하는 주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신진작가의 첫 영화, 혹은 두 번째 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까닭에 도전적인 젊은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18의 새로운선택 부문 단편에 선정된 작품은 총 12편입니다. 2018년에 놓쳐서는 안 되는 말 그대로 ‘새로운’ 소재 혹은 ‘새로운’ 감성 또는 ‘새로운’ 시대 정신, 그러니까, 이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부문이 새로운 선택입니다. 경쟁부문과는 또 다른 재미와 의미의 영화 보기를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청춘은 늘 힘겹지만, 힘든 조건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모색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 정신을 봅니다. <면도>와 <핑크 페미>는 각각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구별되지만, 차별과 혐오에 맞선 여성(들)의 저항과 고민을 한 편은 도발적으로 또 한 편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청춘은 살 곳조차 마땅하지 않습니다. <생활의 탄생>은 비록 좁은 방일지라도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희망 있게 살 수 있는지를 이리저리 찾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집이 지옥일 수도 있겠죠. <안양>에서처럼 부모와 친인척이 보호자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가장 최악의 상황 속에서 질문을 제기합니다. 혼란한 시대가 새로운 세대 감성의 토양이 된 것은 영화사에서 이미 몇 차례 증명한 바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두 작품이 있습니다. <위태로워야 했던 건 오직 우리 뿐>은 고요한 산사에서의 불경(?)한 커플의 관계를 자연의 일부로 묘사하고 <편의점에서 공놀이 금지>는 제목의 이미지가 직접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금지하는 어떤 금지에 관해 서술합니다. <뭘 야려?>는 이제는 귀해진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한 작품으로 마지막 장면이 의외의 재미로 다가옵니다.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띤 <그가 사는 곳>은 방이라는 제약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연출이 일품인 작품입니다. 낯선 이야기, 사회적 배경, 장르가 아니라고 해도 이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한다면 새로운 소재라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디스토피아의 Sci-Fi 장르를 취하는 <낯선 자>는 집에서조차 낯선 남자들의 공격에 불안해하는 여자의 처지를 통해 현재의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만큼 현실이 불안한 이들은 또 있습니다. <화성 가는 길>의 부모에게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고등학생들, <나머지 공부>의 학원에만 다녀야 하는 현실이 벅찬 초등학생, <금희>의 글을 쓰며 피로가 누적된 삶을 다잡으려는 청소 노동자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이 불안한 현실에 반응하는 건 제각각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는 ‘나란히’의 가치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어도 새로운 선택 부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소수자이거나 약자이거나 이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이런 현실에 좌절하기보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겠다는 시도가 결국 새로움을 끌어내는 것이겠죠. 새로운선택 부문의 단편 12편이 선사하는 새로운 영화적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새로운선택 장편 부문에는 총 일곱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먼저 4편의 극영화를 소개하겠습니다. <경치 좋은 자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자리를 헤매는 한편의 로드무비입니다. 수몰 지역을 찾아 묘지를 수습하는 인물을 쫓는 카메라는 기억의 공간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기이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은 꿈을 이루는 것과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의 간극에 서있는 청년의 일상을 우직하게 따라갑니다. 연인을 잃은 시인의 상실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한강에게>는 정서적 과잉을 경계함으로써 집중케 하는 힘을 보여줍니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노동자, 여성, 청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살해된 밤의 비밀을 풀어갑니다. 장르영화의 외피를 무리하지 않게 가져오면서도 서사적 리얼리티를 놓치지 않습니다. <벌새>는 단편 <리코더시험>이 확장된 작품입니다. 성수대교 붕괴로 상징되는 1994년을 배경으로 가족, 학교, 사회의 일상적인 폭력을 의심하고 열렬한 사랑과 우정에 분투하는 소녀의 성장담을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 2편의 다큐멘터리 중 <공사의 희로애락>의 ‘공사’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평생 건설노동자로 살아온 아버지는 현장에서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쏟았습니다. 개인의 인생에 간단치 않은 역사적 무게가 녹아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노조파괴에 맞선 유성기업 노동조합과 연대하는 카메라 <사수>는 노동자의 권리를 탄압하는 사측에 맞선 투쟁을 힘있게 기록함과 동시에, 균열과 갈등을 인간적으로 관찰합니다. 새로운선택이 주목한 7편의 장편속에서 또 다른 영화적 가능성이 싹 트길 희망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8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