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8 특별초청 부문 선정의 변

 

올해 특별초청 부문에는 총 34편(장편 15편, 단편 19편 / 극 20편, 다큐 9편, 실험 2편, 애니 2편, 기타 1편)이 준비되었습니다. 특별초청 부문에서는 올해의 독립영화를 조망함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으로써 기성감독의 관록 있는 작품에서부터 신진작가의 참신한 작품까지 소개됩니다.
먼저 특별초청 부문 중 19편의 단편은 이미 유수의 영화제에 소개되거나 또는 익숙한 이름의 작품이지만,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2018년에 주목받은 <인사 3팀의 캡슐커피>와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는 각각 남성의 룰이 지배하는 회사에서 계급을 달리하는 여자들이 살아남는 법과, 불안했기 때문에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청소년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접근의 장르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종말의 주행자>는 영화에 관한 담론을 도장 깨기처럼 검객영화로 풀어나가는가 하면, <밤낚시>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뱀파이어로 은유하여 묘사합니다. <천둥번개>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습니다. 흔한 남녀의 로맨스이지만, 주변 환경을 활용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워낙 정신없이 흘러가는 사회의 흐름과 상관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말하는 영화도 많습니다. <그녀의 속도>는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환경 속에서도 천천히 사려 깊은 삶의 속도를,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은 사전적 의미의 삶을 벗어나 시적으로 사는 인생의 의미를 설파합니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만나 이념의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사투를, <오디션>은 연기 오디션만 수백 번을 본 배우의 애환을 다룹니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탈영한 남자의 소동을 통해 <최소한의 예의>를 우회적으로 따져보기도 합니다. <미스터리 핑크>, <오늘만 날이다>, <청소왕 순아의 놀라운 하루>, <병훈의 하루>는 차례대로 구혜선, 김태용, 이희준, 백승화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팬들이 생각하는 그 이름이 맞습니다. 구혜선 감독은 그 자신만의 연출 세계관을 더욱 탄탄히 가져가는 중이고 김태용 감독은 두 편의 장편과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와 분위기로 의외의 행보를 보입니다. 그와 다르게 백승화 감독은 사회적 성공과 역행하는 삶의 행복을 탐험하고, 배우로 유명한 이희준은 연출자로서 인상적인 첫발을 내디딥니다. 다섯 편의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도 추천합니다. <미완의 여행길로 떠나다>에는 배우 김꽃비가 출연, 한국인 최초의 민간인 여성 비행사로 유명한 박경원의 일제강점기 동안의 일본 내 행보를 추적합니다.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는 일상이 되어버린 개발로 몸살을 앓는 환경을 응시하며, <대교집>은 은퇴를 앞둔 재단사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실험영화이자 댄스물인 <풍정.각(風精.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는 춤의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열어 보입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페미니스트(SF) 주세죽의 이상과 그녀가 유배된 공간의 우주적 상상(SF)이 중첩된 < SFdrome : 주세죽 >은 중앙아시아 망명3부작의 연장으로써, 김소영 감독의 또 하나의 영화적 성취입니다. 경쟁, 새로운 선택 부문과 함께 특별초청 부문까지, 이들 작품이 그리는 영화의 지도를 가지고 2018년 한국 단편 영화들이 향하고 바라보는 곳으로 동행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특별초청 부문이 소개하는 15편의 장편에는 기성감독부터 신진감독까지의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포진되어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의 촬영을 기록하며 만들어진 정성일 감독의 신작 <녹차의 중력>과 <백두 번째 구름>은 거장의 세계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귀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합니다. 임권택 감독의 생활을 관찰한 <녹차의 중력>을 경유하여 <백두 번째 구름>을 만나는 과정은, 고요하나 힘있게 지금, 여기, 영화를 사유케 합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두 편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을 창작해 왔던 안재훈 감독의 신작 <무녀도>는 시리즈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기독교와 샤머니즘이 충돌하는 김동리 비극이 놀라운 애니메이팅과 결합하여, 매우 한국적이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였습니다.  장형윤 감독의 신작 <마왕의 딸 이리샤>는 친구의 영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원형적 서사 위에 있습니다. 보편성이라는 친숙함을 배경으로 감독 특유의 개성과 유머가 신나게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류장하, 손미 감독이 공동 연출한 <뷰티플마인드, 마음에 그 소리 있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넘어서는 음악적 하모니를 담고 있습니다. 교육하는 선생님, 성장을 지켜보는 부모님,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들 사이에 음악이 흐릅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예술영화관 국도예술관의 폐관을 기록한 박배일 감독의 <라스트 씬>은 공간을 지켰던 사람에 대한 우정과 동시에, 사라지고 물러나는 것에 대한 경계를 보여줍니다. 원폭 피해자 2세 김형율의 삶을 기억하는 김지곤 감독의 <리틀보이 12725>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의 흔적이 시간을 가로질러 유전되는 참상을 고발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동물원의 야생 동물과 그들을 돌보는 사육사를 조명하는 왕민철 감독의 <동물, 원>을 보고 있노라면, 동물과 인간을 뛰어넘는 자연과 교감의 정서가 느껴집니다. 실험적으로 영화와 공간, 빛의 이미지를 사유하는 <야광>은 임철민 감독의 작가적 비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지만, 각자의 영화로써 다양한 해석이 열려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거쳐 극영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임태규 감독의 <파도치는 땅>는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인 부친의 죽음을 두고 펼쳐지는 드라마입니다. 역사와 개인이라는 주제가 특별한 가족의 사연 속에 전개됩니다. 게임 더빙을 위해 모여든 성우들이 펼치는 해프닝과 소동극을 연출한 김선웅 감독의 <하쿠나 마타타 폴레폴레>는 코믹하고 이색적인 유머를 선사합니다. 김진유 감독의 <나는 보리>와 고훈 감독의 <어멍>은 각각 강원도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로컬시네마로써 도시를 벗어난 주제와 리듬이 반갑습니다. <나는 보리>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가족과 살아가는 소녀의 엉뚱한 소원을 통해 따뜻한 정서적 울림을 전합니다. <어멍>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해녀 어머니를 통해 제주도 특유의 문화와 삶과 죽음에 대한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김미영 감독의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는 패기 있는 예술가이자, 무책임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어 나가며, 예술가의 삶이란 무엇인가 질문합니다.
 
독립영화의 한 해를 결산하는 서울독립영화제답게 다채로운 작품이 마련된 특별초청 부문을 본선경쟁, 새로운선택 부문과 함께 즐겨주시고 논쟁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8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