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9 새로운선택 부문 단편 선정의 변

 


 

 

‘새로운 선택’의 ‘새로운’이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매년 수백 편이 넘는 단편영화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어떤 부문보다 발견의 기쁨을 짜릿하게 선사하는 부문이 새로운 선택입니다. 완성도의 유무를 떠나 영화 보기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에 눈을 뜨게 하고, 여전히 영화에 관한 ‘새로운’ 탐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19가 ‘선택’한 새로운 선택의 단편영화는 모두 11편입니다.
‘여성 서사’는 한국영화계의 중심에서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의 경향은 몇 년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새롭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새롭다고 할 수 있다면 초점이 ‘여성’에서 ‘서사’로 다양성의 진화를 이뤘다는 점일 겁니다. <99년식>과 <차대리>와 <상주>는 극 중 인물이 처한 상황과 겪는 사건은 다르지만, 여성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 양상을 온전히 연대와 같은 여성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서사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죽은 민영이의 장례식>은 여성이 보는 피해만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를 위한 치유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온갖 공포 속에서도 함께하는 삶에 관해 고민합니다.
단편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은 새로움의 지평을 넓히는 필요조건입니다. 올해 새로운 선택의 다양성에서 주목해야 할 건 여러 가지 장르적 접근입니다. <스네일 맨>은 사막 위에서 수레를 끄는 주인공을 달팽이에 비유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침체한 조선업을 배경으로 힘겹게 삶을 이끌어가는 부부의 <빈 집>은 생생한 배경 묘사와 연기가 돋보이는 사회 드라마이고, <밤의 침묵>은 안개 정국의 미래를 향해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응원하는 청춘물입니다.
다양성이 최종적으로 맞닿는 지점은 개성입니다. 여기 제목에서부터 영화를 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안느 체크소위코프와 일곱 편의 영화들>은 그동안 세상이 몰라봤던 거장 안느 체크소위코프의 존재를 마치 사실인 양 묘사하며 영화로 노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옥수수에서 과거를 읽어내는 <과거에서 온 옥수수>는 이해할 수 없는 제목처럼 사람 사이의 이해할 수 없음을 흥미롭게 고찰합니다. 그리고 <감자>는 실화인지 아닌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판단할 수 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라는 종의 불완전함을 블랙코미디의 감수성으로 채색합니다.
새로움으로 시작해 다양성을 거쳐 개성으로 마무리한 서울독립영화제 2019 새로운 선택 부문의 지도 그리기는 감독과 배우와 스태프가 누구든, 장르가 무엇이든, 소재가 어떻게 되었든 영화라는 영토 안에 자신만의 지분을 가지면서 서로 침범하지 않고 사이좋게 하나를 이룬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과거보다 나은 현재가 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사건과 사고와 갈등으로 혼란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영화가 주는 가치이자 새로움일 겁니다. 새로운 선택 부문의 11편이 이룬 영토 안에서, 지도 속에서 여러분이 발견한 새로움은 무엇인가요?

 

서울독립영화제2019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