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9 특별초청 장편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 특별 초청 부문은 결산의 축제에 마침표와 같습니다. 21편의 장편 초청작을 둘러보면 기성 감독의 무게감 있는 신작과 함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라인업을 풍성하게 합니다. 
장편 극영화 부문은 관록 있는 연출작의 향연입니다. <프랑스여자>는 외국에서 긴 시간을 보낸 40대 중년 여성의 실존을 질문합니다. 꿈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며 영화적 판타지를 통해 명징한 세계에 대해 반문합니다. <젊은이의 양지>는 반대로 냉정한 현실에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경쟁과 성과라는 비정한 철옹성으로 진입하고자 버둥거리는 인물의 몸짓은 회피하기 어려운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 없는>은 쳇바퀴 도는 어른의 인생에 낙담한 세대가 어떻게 삶을 극단적으로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희망이 불씨를 밝히는 순간까지 영화는 마침내 나아갑니다. <종이꽃>은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물질의 시대 고집 센 장의사와 그의 이웃이 분투하는 사건을 통해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에 질문을 던집니다. 좀 더 다양한 결의 작품으로 <하트>, <팡파레>, <영화로운 나날>이 있습니다. <하트>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의 극적 감행을 통해 영화와 인물, 드라마와 서사 자체를 낯선 시선으로 보게 합니다. <영화로운 나날>은 권태의 시간에 틈입한 갈등을 계기로 기이한 하루를 보내는 인물을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를 여행합니다. <팡파레>는 할로윈데이, 이태원 바에서 펼쳐지는 미스테리 범죄물로써 영리한 영화적 계산을 통해 성취한 고어 장르물입니다. 신인 감독의 장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욕창>은 조선족 여성 노동자와 남성의 욕망을 마이크로하게 그러나 드라마틱하게 전개합니다. <69세>는 여성과 노인이라는 겹쳐진 소외를 예민한 감각으로 환기하며, 성적 편견과 폭력의 시야를 확대합니다. 두 작품 모두 마이너리티 여성의 처지에 주목하는 점에서 유사하나 극적 스펙트럼에서 차이와 넓이를 갖습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서울독립영화제의 후반 작업 제작지원작 <할머니의 외출>은 치매에 걸린 노인과 지극한 효자 사이를 관찰합니다. 영화의 정서는 전반적으로 따뜻하나 카메라가 포착한 관계는 냉정합니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청년의 현실이라는 독립영화의 단골 주제를 과감한 설정을 통해 비틂으로써 이색적인 활력을 선사합니다.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은 연출자의 이름부터 화려합니다. <고양이 집사>는 길고양이와 이들을 돌보는 사람을 카메라 담습니다. 감독의 시점과 고양이의 시점이 교차하며 도시 생활을 질문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흥미로운 극적 장치로 관찰합니다. <그곳, 날씨는>은 형식적으로 차별화된 실험 다큐멘터리로써 이미지와 사운드라는 물질 구성만으로 기억, 그리움, 불안 등 타지의 정서를 촘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타향 생활의 연장에서 <박강아름 결혼하다>은 결혼, 육아, 여성의 삶을 활기찬 에너지로 기록해 갑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본래 목적에서 미끄러지고 맙니다. 새로운 질문을 접수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소중한 작품입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2.>는 카메라가 세상을 비추는 창이라는 전제하에 진보정당 소속의 가난한 정치인을 따라갑니다. 카메라에 담긴 정치는 무겁고 딱딱한 정치가 아닌 가벼운 유머와 농담과도 같습니다. 그곳에서 희망을 읽을지 말지는 창을 바라보는 주체에 달려있습니다. 한편 카메라가 개인의 세계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지가 <준하의 행성>의 화두입니다. 학교라는 공동체와 자폐 아동 준하의 만남. 이해라는 이름의 보편적 시선을 넘어 저마다의 궤도를 도는 이웃을 관찰하는 진중한 작품입니다. 탈북브로커에 속아 남한에 당도한 주인공에게 한국사회는 기이한 행성입니다. <그림자꽃>은 최근 역동적인 국내 정세가 인물의 처지와 직접 만나며 분단의 현실을 뼈아프게 통찰하게 합니다. 정치적 의제를 중심에 두고 혼란의 한국 사회에 토론을 붙이는 <애국자게임 2 – 지록위마>는 박근혜 정권에 대표적 공안사건인 통합진보당 사건을 겨눕니다. 요원한 현실을 배경에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펼쳐집니다.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은 기세 높은 개발주의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우직한 환경주의자들의 투쟁 기록입니다. 산은 말이 없고 사람들은 고군분투합니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풍경과 자연에서 답을 찾습니다. 세월호는 슬픔의 당사자성을 사회로 확대한 커다란 사건이고 계기였습니다. 세월호참사 5년 동안 애도의 마음과 실천을 관찰한 감독은 <당신의 사월>로 잊지 않는 다짐을 이어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언더그라운드>는 도시의 동력인 지하철, 지하 세계의 노동 현장을 별다른 개입 없이 기록합니다. 노동의 숭고함에서 모순까지, 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미학적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9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