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0 개막작 <기적> 발표


 

 

기적 Miracle
민병훈 MIN Byung-hun | 2020 | Fiction | Color | DCP | 82min (E) World Premiere

SYNOPSIS 

장원은 친구 민교에게 사기를 당한 후 파산 선고를 당한다. 이후 사라진 민교를 백방으로 찾던 중 우연히 동창인 지연도 민교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장원은 지연을 이용하면 좀 더 민교를 찾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세계를 뒤덮은 2020년, 한 해의 마지막 영화축제 서울독립영화제는 개막작으로 민병훈 감독의 9번째 장편 <기적>을 선정하였습니다. 민병훈 감독은 중견 감독으로서 특별한 궤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1998년 중앙아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제작한 <벌이 날다> 이후 선과 악, 삶과 죽음, 종교와 구원 등 인간의 존재적 근원에 대한 원형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메시지 앞에서, 반대로 그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환기합니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 <터치>, <사랑이 이긴다>와 같은 굵직한 작품 사이 지독히 방황하던 감독은 절망의 순간 예술과 자연으로부터 위로와 해답을 찾습니다. 사진, 미술, 음악가와 함께한 여러 작업은 <너를 부르마>, <평정지에는 평정지에다>, <황제> 등 예술가 시리즈로 이어지며 작가 세계에 새로운 리듬과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더불어 자연은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도구이자, 영감의 대상, 어쩌면 모든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감독의 여정은 지금 한반도의 끝, 원시의 자연을 품고 있는 제주에 다다랐고 새 영화 <기적>으로 이어집니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2020) 개막작으로 월드 프리미어 소개되는 <기적>은 인생의 밑바닥에 이른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사기로 파산을 당한 남자와 심각한 병으로 투병 중인 여자는 같은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증오와 원망에 허덕이는 헐벗은 인간을 마주합니다. 한편 한없이 유약한 존재 너머에 거대한 자연이 버티고 있습니다. 낮과 밤의 순환 속에 담담한 생명의 기운이 서려 있고, 모든 생명은 놀라운 치유력을 타고난 굳센 존재입니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만나고 이별하는 남자와 여자는 영속의 시간의 뛰어넘는 영혼의 상징으로서 영화 안에 깊이 새겨집니다. 자연은 감히 설명할 수 없는 우주이며, 예술은 잠자던 영혼의 봉인을 해제하는 열쇠입니다. 여기 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영화감독으로서 데뷔 22년을 맞이하는 예술가의 여러 선택을 통해 ‘영화’의 존재론적 갈림길을 목도합니다. 태생적으로 예술이며 동시에 산업인 무엇. 한때 양 갈래에서 어색한 조화를 모색하던 감독은 <터치> 이후 더욱 명확한 방향의 길로 나아갑니다. 전작 <황제>도 지금 <기적>도 고집스러운 비타협의 산물입니다. 장편과 함께 다수의 단편을 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선택한 해제된 자유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기적> 이후에도 새로운 작품이 이미 완성되었거나, 제작 중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기적>의 개막작 선정과 동시에, 또 하나의 신작 단편 <영원과 하루>를 테마로 민병훈 감독의 예술관을 조명하는 창작자의 작업실(“두 개의 거울:민병훈≠민병훈”)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모쪼록 이번 기회를 통해 민병훈 감독의 영화 작업이 더욱 폭넓게 조명되고 소통되길 기원합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