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0 특별기획 – 전태일 열사 50주기 기념,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 영화는 어떻게 전태일을 기억하였는가.’

 

 

 

[▲ 사진: 위 왼쪽부터 <공장의 불빛>, <노란 깃발>, 아래 왼쪽부터 <87에서 89로 전진하는 노동자>, <하늘아래 방한칸>, <깡순이, 슈어 프로덕츠 노동자>]

 

 

전태일 열사 50주기 기념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영화는 어떻게 전태일을 기억하였는가
서울독립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최하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이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합니다. 2017년 故 홍기선 감독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특별전 ‘홍기선: 새로운 영화운동의 시작’을 계기로 하여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2018년은 독립영화 복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복원을 시작하다’를,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에는 ‘청년의 얼굴, 아름다운 필름’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전설의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일회적인 상영에서 나아가 ‘독립영화 구술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년 선배 영화인들의 구술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벌써 두 권의 책이 출간되어 독립영화의 귀중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시작 이래 한국의 초기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초기 독립영화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향후 꾸준한 발굴과 함께 더욱 활발한 연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합니다. 무수한 필름에 비해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복원 환경이 열악한 까닭입니다. 특히 초기 독립영화 주요작 중 8mm 필름은 국내에선 스캐닝조차 불가능합니다. 기록이 부족하여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애로 사항이 발생합니다. 점진적인 관심을 통해 관련 분야에 정책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2020년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념합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전과 이후로 갈립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한 노동자의 외침은 이후 강력한 각성이 되어 세계를 흔듭니다. 1980년대 사회 저항을 내포하고 있는 다수의 독립영화에 전태일 정신이 배어 있습니다만, 계급노동자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은 많지 않았습니다. 올해 프로그램은 초기 독립영화 중 계급노동자가 등장하는 작품을 어렵게 선별해 보았습니다. 
<87에서 89로 전진하는 노동자>(1989)는 장산곶매가 1989년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끓어오른 노동자 투쟁의 생생한 현장을 필름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갖춘 작품으로 차기작 <파업전야>(1990)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때 카메라를 들었던 인물들이 만든 단편 <공장의 불빛>(1987, 이은)과 <노란 깃발>(1987, 장동홍)은 학생이자 청년이었던 영화인의 의식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팝음악이 흐르는 공장에 여공들의 풍경과 부조리한 노동 현장에 대한 소극적 각성이 담겨 있습니다. 한편 <공장의 불빛> 필름을 국내에선 찾을 수 없었습니다. 1988년 제3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된 기록을 추적하여 독일 아르제날-영화및비디오아트연구소(Arsenal – Institute for Film and Video Art)에 보관된 필름을 확인,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제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1980년대 영화운동의 주요 축을 형성했던 민족영화연구소와 한겨레영화제작소의 작품도 소개하면서 두 단체의 활동도 새롭게 조명합니다. 초기 영화단체들은 영화라는 공통의 분모 아래 영화운동의 목적, 방향,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정치 노선 분화의 연장에서 ’민족영화‘라는 이론을 개념화한 것이 민족영화연구소입니다. <하늘아래 방한칸>(1990)은 제작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결성된 한겨레영화제작소의 작품으로, 연출자 이수정 감독이 지난해 필름을 기증하여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화 시대 도시 노동자의 삶이 반영된 작품에서, 전태일 이후 20년이 지난 서울에 여전한 계급 격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립 다큐멘터리사에서 중요한 작품인 <깡순이, 슈어 프로덕츠 노동자>(1989)는 비디오 작품이지만 기획전의 취지를 고려하여 포함되었습니다. 슈퍼비디오 작품으로 노동자와 동고동락한 청년 영화인들의 연대 의지가 정서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의 물리적 매체인 비디오의 장점은 현장을 빠르게 기록 편집하여 세상 밖으로 알려 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90년대 이후 시대정신을 담은 독립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됩니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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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아카이브전 1]
<공장의 불빛> 이은 | 1987 | Fiction | Color | DCP | 17min 4sec
<노란 깃발> 장동홍 | 1987 | Fiction | Color | DCP | 17min 43sec
<87에서 89로 전진하는 노동자> 이은, 이용배 | 1989 | Documentary | Color | DCP | 41min 1sec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2]
<하늘아래 방한칸> 이수정 | 1990 | Fiction | Color | DCP | 32min 31sec
<깡순이, 슈어 프로덕츠 노동자> 이상인 | 1989 | Documentary | Color | DCP | 57min 10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