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0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2020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서는 총 16편의 작품이 상영됩니다.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오랜만에 찾아온 기성 감독들의 작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꾸준히 만나 온 감독들의 최신작을 두루두루 관람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먼저 극영화 데뷔작으로는 4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십개월>은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이 결혼 전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한 후, 변화하는 몸, 불안한 내면만이 아니라 외부의 편견 어린 시선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제의 무거움을 특유의 유머 감각과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선데이리그>는 한때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일상을 되는대로 살아가는 중년 남자의 초상에서 시작합니다. 비루한 현실을 그래도 즐겁게 버틸 만한 놀이로 전환하는 코미디 감각이 안정된 영화입니다. <멧돼지 잡기>는 B급 영화에 대한 애정과 과감한 상상력만으로 저예산의 한계를 돌파해 버립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와 거칠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이 거친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게 합니다. <홈리스>는 가족이 생겨도 여전히 집을 갖지 못한 채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춘들의 현실을 그립니다. 출구 없는 현실에 갇혀 내적으로 갈등하는 인물들을 찬찬히 살피는 영화입니다.

반가운 감독들의 최신작도 눈에 띕니다. <그대 너머에>는 창작자의 불안, 고뇌, 자의식이 빚어낸 시간의 미로를 따라갑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기이한 기억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집니다. <기쁜 우리 여름날>은 권태기에 접어든 한 커플의 여행기입니다. 일상에서 볼 법한 평범한 남녀 관계로 시작한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요동치는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힘있게 폭발시킵니다. <파이터>는 탈북민 여성을 고통, 가난, 착취의 틀에 가두지 않고 그의 능동적인 면모에서 이야기를 길어 냅니다. 이 영화는 복싱이라는 운동의 역동성으로 탈북민 여성에게 부여된 전형적 드라마를 균열합니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게이들의 사랑과 질투와 이별의 이야기지만, 어둠과 우울을 경계하려 애쓰는 영화입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오해하고 재회하는 과정에 관객 또한 즐겁게 동참하게 만듭니다. <달이 지는 밤>은 두 개의 단편으로 된 옴니버스 영화로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기획하고 제작했습니다. 산골 마을의 오묘한 기운이 두 감독에 의해 각기 다른 화법과 서사를 거쳐 스크린 위에 다시 살아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다큐멘터리 7편에 대한 소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상>은 부산 사상구를 배경으로 재개발에 밀려난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노동자로 살아온 감독의 아버지에게도 카메라를 비춥니다. 감독의 확고한 신념이 아닌 흔들리는 내면이 이 영화에 절실함을 더합니다. <위안>은 한국전쟁 당시 정부가 운영한 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는 영화입니다.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국가가 자행해 온 착취의 역사뿐만 아니라 피해자 여성들이 지속해 온 긴 싸움의 과정 또한 세심히 짚어 냅니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2 : 금기에 도전>은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둘러싼 지난 20여 년의 궤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영화입니다. 병역거부 운동의 역사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변화의 국면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역시 1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재일조선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 온 감독의 시선이 깊게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한국 사회의 핍박과 폭력과 오인 속에서도 강건하게 살아남은 그들의 역사를 목도하게 됩니다. <진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가 지나온 시간을 응시합니다. 이 영화는 죽은 자들을 위한 씻김굿을 거듭하며 애도의 장소로 기꺼이 자신의 영혼을 내어준 땅, 진도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군사 접경 지역의 늪지에 독특한 출판단지가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한 인터뷰들, 희귀한 사진들, 세련된 영상으로 재구성합니다. 파주출판도시의 독특한 역사와 생태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넘쳐 납니다. <1984,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빛나는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동료들의 인터뷰가 그를 다시 마운드에 서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0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