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1 개막작 <스프린터> 발표

 

스프린터 sprinter
최승연 CHOI Seung Yeon | 2021 | Fiction | Color | DCP | 87min 30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한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100미터 선수였던 현수.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점점 기록이 오르고 있는 단거리 선수 준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선수 정호.
세 선수는 각자의 이유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한다.

 

 

서울독립영화제가 다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축제를 엽니다. 올해의 슬로건은 ‘Back to Back’입니다. ‘서로의 등에 기대어,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다’라는 의미 속에서 서울독립영화제2021의 첫 문을 여는 개막작으로 최승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스프린터>를 선정하였습니다. 최승연 감독의 전작 <수색역>은 서울의 가난한 변두리를 배경으로 허우적대며 파국으로 치닫는 청춘들을 조명하였습니다. 영화가 차갑게 응시했던 도시 정책이 이제 작은 동네 ‘수색’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삼키고 있는 상황이 새삼스럽습니다. <스프린터>는 전작으로부터 이어지는 비주류 아웃사이더의 이야기이며 경쟁으로 내닫는 세계를 향한 조용한 반문입니다.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2021에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스프린터>는 스포츠 영화입니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으로 비유합니다만 영화의 주인공들은 단거리 육상 선수입니다. 10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인생을 걸고 세 명의 선수가 트랙을 질주합니다. 10대 선수 이준서, 20대 선수 이정호, 30대 선수 김현수의 트랙에 응축된 스프린터들의 고뇌는 같고도 다릅니다. 고교 랭킹 1위 준서는 가난한 형편에 할 수 있는 것이 운동밖에 없습니다. 현재 랭킹 1위를 달리는 정호는 정상의 압박감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때 한국 신기록을 두 번 갱신한 현수는 혼자의 힘으로 도전을 계속합니다. 그들의 곁에는 역시 빛나는 갈채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활인으로 물러난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트랙 위에 서 있는 선수들과 하나이지만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아닌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앞서 체험한 이들입니다. 10초의 짧은 기록 앞에서 진심을 다하는 응원과 무관하게, 결국 마라톤과 같은 인생의 끝자락에 맞을 선수들의 고독을 직관합니다. 1등만을 기억하는 세계, 하지만 계속 1등을 할 수는 없다는 불변의 진리.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스프린터들은 오늘도 시시포스의 돌을 밀어 올립니다. 영화 <스프린터>를 통해 시상대 밖에서 땀을 흘리는 수많은 무명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사회는 그들은 비주류 혹은 패배자로 여길지 모르지만, 영화는 각자의 드라마를 가진 주인공으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한편 올해의 개막작 <스프린터>는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의 후반 제작지원작이며 영화진흥위원회와 지역 영상위원회의 지원금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세계가 구획한 잣대를 걷어 내면 인생은 마라톤이기도 하고 10초의 트랙이기도 합니다. 세대 간의 시선을 밀도 있게 포착하는 영화로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영화로서, 더불어 거대한 영화산업 가운데 작은 불씨를 품은 영화로서, 위드 코로나 시대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오늘의 영화들과 함께 환대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집행위원장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