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1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아웃사이더들, 변방에서 중심으로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짚신>, <땅밑 하늘공간>, <뫼비우스의 딸>, <바리케이드>, <세친구>, <그 여름>]

 

서울독립영화제2021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아웃사이더들, 변방에서 중심으로

 

2018년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독립영화제가 독립영화의 복원 활용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한 이래 올해로 네 번째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이 개최된다. 방대한 필름 목록에 독립영화가 가세하였으니 디지털화를 포함한 영화 복원 인프라의 확대가 절실하다. 반가운 소식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올해 자체적으로 8mm 스캐닝 장비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2018년과 2019년까지도 8mm 영화 상영을 위해 일본에 디지털 스캐닝을 요청해야 했다.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에서 8mm 필름은 매우 특별하다. 조작이 간단한 영상 기계가 개인에게 보급되며 어떤 영화 교육도 받지 않은 일군의 청년들이 영화의 역사를 몸소 밟아 가며 영화운동의 이론적, 실천적 토대를 구축하였다.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의 주제는 ‘아웃사이더’이다. 1977년 <짚신>을 연출한 김홍준과 황주호는 고교 동기 동창으로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 1976년부터 1977년까지 7편의 단편을 만들었다. 무성영화, 실험영화, 극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청년의 무모한 패기가 작은 필름에 기록되었고 그중 두 편의 작품이 귀하게 남아 있다. <서울7000>은 2019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한 바 있다. <짚신>은 7편 중 마지막 작품이고 재개발 전 봉천동을 배경으로 노동의 원시성을 인류학적 시선에서 기록한 작품이다. 김홍준과 황주호는 이후 서울대 얄라셩에 합류, 앞선 제작 경험을 단체에 전수한다. 연장선에서 김동빈의 1984년 작 <그 여름> 역시 8mm로 제작됐다. 1984년 제대 후 감독이 목격한 서울영화집단은 패기가 소진된 무기력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영화를 감싸는 어두운 톤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농촌에서 상경한 세 사람의 현장으로부터 도시 노동자의 현실을 그려 낸 영화로 서울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에 대한 작가의 리얼리즘적 시선이 담겨 있다. 1981년 김의석의 <뫼비우스의 딸>과 1983년 강제규의 <땅밑 하늘공간>은 학생영화로 두 작품 모두 한국청소년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뫼비우스의 딸>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극영화로 29살 여성 무용수의 일상을 따라가며, 여성과 예술가의 정체성을 탐색한다. 여성을 전면에 둔 앞선 시대 의식과 아름다운 엔딩신이 인상적이다. <땅밑 하늘공간>은 1980년대 초 서울로 상경한 청년들의 초상을 통해 산업화와 물질주의를 풍자한다. 기차의 역동성을 스펙터클하게 담고 있으며 다양한 영화적 푸티지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4편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1970~80년대 도시 서울의 명암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이들 모두 각자의 영화운동을 거치며 충무로에 입성, 한국 영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며 19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주역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화 속 캐릭터만큼이나 아웃사이더였던 젊은 영화인들이 그야말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간 것이다.
장편으로 준비한 작품은 <세친구>와 <바리케이드>이다. 1996년 임순례의 <세친구>는 삼성영상사업단이, 1997년 윤인호의 <바리케이드>는 제이콤이 제작한 저예산 독립영화입니다. 자본 조달 외엔 창작자가 주도할 수 있었던 연출 환경이었기에, 감독들은 기존에 없었던 인물을 영화에 과감하게 등장시킨다. <세친구>는 무명의 인물을 캐스팅해 감독이 주목한 아웃사이더들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기교와 과장을 배제하고도 따뜻한 공감을 이끄는 영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임순례의 데뷔작이다. <바리케이드>는 한식으로 분한 배우 김의성의 시선에서 푹푹 끓는 열기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노동의 변화를 직관하고 있다. 한국인은 미국으로 건너가 불법 취업하고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한국으로 건너와 불법 취업한다. 욕설과 차별이 난무하는 현장은 허리를 다치고 손가락이 잘리는 정도가 특별하다. 자본의 욕망과 오만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으로 젊은 영화인의 패기가 넘치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90년대 중반 젊은 영화의 가능성을 흡수하는 다양한 독립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매년 발간되는 인터뷰 구술사 책자 『다시 만난 독립영화 vol.4』는 올해 더욱 알차게 구성될 예정이다. 선배들의 기억을 아카이빙한 인터뷰는 변함없이 영상으로도 편집되어 유튜브에 게재된다. 특기할 것은 청년 영화인 시절의 사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정돈하였다는 것. 다시 한 번 기록과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서울독립영화제의 노력으로 초기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 저술 활동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기획전을 통해 과거를 재조명하고 독립영화의 현재를 매번 새롭게 환기한다. 보람 있고 감사하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집행위원장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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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아카이브전 1]
<짚신> 김홍준, 황주호 | 1977 | Documentary | Color | DCP | 11min 51sec
<땅밑 하늘공간> 강제규 | 1983 | Fiction | Color | DCP | 12min 41sec
<뫼비우스의 딸> 김의석 | 1981 | Fiction, Documentary | B/W | DCP | 14min 58sec
<그 여름> 김동빈 | 1984 | Fiction | Color | DCP | 35min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2]
<세친구> 임순례 | 1996 | Fiction | Color | DCP | 91min 54sec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3]
<바리케이드> 윤인호 | 1997 | Fiction | Color | DCP | 95min 7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