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1 본선 장편경쟁 부문 예심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2021에 출품된 장편영화 수는 118편입니다. 극영화 74편, 다큐멘터리 40편, 실험영화 3편, 기타 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올해 출품작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지금의 삶을 주목하며, 독립영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패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영화 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이를 직면하고 시대의 공기를 영화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몇 년간 눈에 띄게 활발해진 여성 창작자의 여성 서사 또한 다채롭게 영역을 세분화하는 한편 견고한 만듦새가 눈에 띄는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반가운 마음을 더했습니다. 예심위원들은 숙고를 통해 최종 12편의 장편경쟁 상영작을 선정하였으며 이 작품들이 2021년 독립영화의 흐름을 가늠하고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독립영화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극영화 선정작 7편은 각각 고유의 개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고유한 영화적 리듬과 언어로 일상 구석구석을 온전히 담아낸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이나 보이지 않았던 성장담을 특유의 무드로  표현한 <만인의 연인>, 강렬한 개성으로 쌓아 올린, 어떤 연민도 타협도 불가능한 여성 캐릭터와의 조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가난한 사랑 노래라는 클리셰 한복판으로 돌진하는 탁월한 멜로드라마 <그 겨울, 나는>, 세계와 관계를 탐색하는 청량하고 부드러운 일렁임 <소피의 세계>, <에듀케이션>에 이어 또 한 번의 영화적 실험을 매혹적으로 설득해 내는 <컨버세이션>, 감정의 미세한 진폭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나아가는 여성 서사 <흐르다>까지 총 일곱 작품이 본선에서 선보입니다.

극영화에 이어 다큐멘터리는 5편이 본선 장편경쟁 작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가능성의 불씨를 불꽃놀이로 만들어 내는 사랑스러운 모험담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깊고 그윽한 시선으로 탁월한 아티스트의 여정에 동행한 <모어>, 종합예술인 오재형의 예술 활동 총체 <피아노 프리즘>, 주인공의 매력에 이끌려 가도 좋을 강렬한 인물 다큐 <집에서, 집으로>, 짧은 러닝타임 동안 한 시대의 운동사와 사진의 의미를 담아낸 <멜팅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소재와 개성을 갖춘 5편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한 작품에 대해서도 긴 토론의 시간을 가졌으며 각 작품의 의미와 가능성 그리고 이를 통해 여전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독립영화 진영의 유의미한 움직임에 주목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낸 모든 창작자들의 의지와 열정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다시 한 번 출품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본선 장편경쟁 부문 예심위원 (가나다순)
남다은(영화평론가)
박광수(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프로그래머)
정지혜(영화평론가)
진명현(무브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