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1 새로운선택 단편 선정의 변

‘새로운 선택’은 말 그대로 새로운 영화적 체험 또는, 새로운 영화 보기의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을 선정하는 부문입니다.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의 새로운 선택 부문에 선정된 작품은 모두 12편입니다. 특정하게 장르를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는 작품과 장르를 확정할 수 있더라도 사회 반영적 측면에서 기성 시각과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춘 로맨스로 묶어 두기에는 풀어 가는 방식이 독특한 작품을 먼저 소개하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스마트폰 자판이나 치는 거로 무슨 이야기가 될까 싶지만 <뭐해>는 청춘의 소통 방식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면서 의외의 외로운 감성으로 반전 효과까지 잡아냅니다. 곧바로 그 뜻을 알 수 없어도 라임처럼 다가오는 제목의 <텐트틴트>는 동거하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를 독특한 리듬에 담아 전달합니다. 완벽한 조건이 아니어도 완성되는 사랑을 동그라미에 비유하는 <완벽한 동그라미>는 귀여운 재미와 날카로운 사유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실험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2장>과 <사진 이어 붙이기>는 시선을 달리해 본다면 공통의 풍경도 얼마나 새로울 수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전자는 매체와 시선을 결합하고 해체하기를 반복하며 현실을 증강하는 시도가 돋보인다면, 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과 사회적 역사를 이어 붙여 우리라는 경험을 완성합니다. 사회 비판물에 속하는 <해로>와 <외발자전거>는 각각 마음속에 쌓인 불같은 화를 차갑게 식히는 미장센과 극 중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자전거로 은유하여 끌고 가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을 가로막는 벽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를 받아들여 사회에 적응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다는 의미일 겁니다. <높이뛰기>의 소녀는 차별하는 환경에 순응하는 대신 그에 맞서 넘어서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듀티>는 가족과 직장의 의무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주인공의 심리가 흑백에서 컬러로 변화하는 화면의 반전 속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스무 겨울>은 특별할 것 없는 스무 살 청춘의 일상과 고민을 그리되 극 중 인물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이동하는 에너지가 왠지 모를 위안을 주는 신기한 작품입니다.
영화 만들기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예술 활동의 연장입니다. <쓰는 일>의 주인공은 신춘문예에 떨어지더라도 언젠가는 꼭 수신인을 찾아갈 편지처럼 쓰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두 여자>의 할머니와 손녀는 각자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적어 가며 서로의 생활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영화를 만들고 관람하는 일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여 하나가 될 때 거기에서 관계가 발생합니다. 새로운 선택 부문에 선정된 12편의 단편 작품은 모두 관객 여러분과 만남의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날이 오면 스크린 안과 밖을 초월한 새로운 관계의 싹이 피어나지 않을까요.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램위원회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21 집행위원장)
박수연(프로그램팀 팀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