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1 해외초청: 동시대 일본 영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들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해피아워>, <미야모토>, <플레이백>, <연인처럼 숨을 멈춰>]

 

서울독립영화제2021 해외초청:

동시대 일본 영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들

 

서울독립영화제2021 해외초청 프로그램은 ‘동시대 일본 영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들’로 총 6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최근 일본 영화가 보여 주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시도의 면면입니다. 그 앞단에 있는 이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재능이라면 단연 하마구치 류스케입니다. 제74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2021)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인 <우연과 상상>(2020)을 서울에서 처음 상영하며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네 명의 배우가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해피아워>(2016)를 다시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이 세 편의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지속해서 관심 두며 줄기차게 탐구하고 있는 ‘배우, 연기, 대화’의 3요소가 집약된 경우이자 제작의 규모와 형식을 달리하며 잠정적 완결로 나아가는 과정의 영화라는 점에서 함께 두고 이야기해 볼 만합니다. 이것은 이미지와 개념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길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배우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육체와 구체적인 대사가 만났을 때 벌어지는 ‘마법’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영화적 우연과 상상이, 영화적 리얼리티와 황당무계함이 발생하고 마주하고 교차하기 때문일 겁니다. 상영뿐 아니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의 스페셜 토크도 준비했습니다. 그의 영화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그는 이 발생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내고 기다릴까요? 그의 카메라는 무엇을 찍고자 할까요? 발생과 찍기, 그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해, 그의 영화의 비범한 순간에 관해 들어 보고자 합니다.
이어서 하마구치 류스케와 함께 ‘영화 연출 스터디 모임’을 하며 일본 영화의 새로운 진동을 만들어 내고 있는 미야케 쇼의 초기 흑백영화 <플레이백>(2012)을 국내에서 처음 상영합니다. <플레이백>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사내가 꿈이라는 비밀 통로를 통해 현재의 모습 그대로 과거 시간으로 돌아가 과거를 다시 사는 이야기입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에서도 확인했듯 미야케 쇼의 청춘들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자유로워지고자 합니다. 뭔가를 덧대거나 더하려 하지 않는 편을 적극적으로 택하는 듯합니다. <플레이백>은 배우들의 연기, 편집, 촬영 모든 게 리드미컬하게 흘러갑니다. 흥미로운 우연일까요. <드라이브 마이 카>와 <플레이백> 모두 시노미야 히데토시 촬영감독이 참여했습니다. 서로의 작품에 호의와 애정을 갖고 있는 두 감독, 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찍혀 있는가를 좀 더 유심히 들여다봐도 좋겠습니다.
이가라시 고헤이의 <연인처럼 숨을 멈춰>(2014) 역시 범상치 않습니다. 스와 노부히로의 제자인 그가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2017년 12월 말, 연말연시의 들뜬 흥이나 기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기계음과 냉기만이 가득한 이상한 공장에서 밤 근무를 하는 젊은 노동자들을 그립니다. 전쟁, 개발, 죽음 등으로 대변될 만한 징후와 기류가 공장 곳곳에, 이들의 밤에, 새해에, 유령처럼 어른대기에 새로운 시간은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이 가시지 않습니다. 일본 사회가 당면한 복합적이고 복잡한 불온한 심리 상태가 건조하지만, 정확히 기입돼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옐로우 키드>(2009), <디스트럭션 베이비>(2016) 등을 만든 마리코 테츠야의 괴작 <미야모토>(2019)를 국내에서 처음 상영합니다. 아라이 히데키의 만화 원작으로 일본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미야모토>는 2020년 <키네마준포> 선정 2019년 일본 영화 톱 10 가운데 3위로 꼽혔습니다. 영화 속 연인 미야모토와 나카노는 절로 눈을 감고 싶을 만큼 끔찍한 현실이 자신들을 생의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할 때 맹렬한 생의 의지로 삶에 불씨를 지피는 괴력을 보여 줍니다. 앞선 상영작들이 고요 속에서 날카로운 통찰의 칼을 드리우고 있다면,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치 않게 옥죄며 기세 좋게 우리를 영화의 힘으로 끝까지 몰아붙입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화 세계를 경험하게 할 겁니다.
6편 영화로 동시대 일본 영화의 전체 흐름을 개괄하거나 일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마다의 고유한 시선과 방법으로 매혹하는 6편의 개별 영화가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들을 빼놓고는 일본 영화의 현재를 말할 수 없을 거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구축한 세계를 더 오래, 더 정확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바로 그곳에 지금 일본 영화 그리고 동시대 영화의 생동이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램위원 정지혜(영화평론가)

 

 

▷ 서울독립영화제2021 해외초청: 동시대 일본 영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들 ◁ (섹션순)

 

[해외초청 1]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79min (KN)

[해외초청 2]
<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21min 13sec (KN)

[해외초청 3]
<해피아워> 하마구치 류스케 | 2016 | Fiction | Color | DCP | 317min (KN)

[해외초청 4]
<연인처럼 숨을 멈춰> 이가라시 고헤이 | 2014 | Fiction | Color | DCP | 85min (KN,E)

[해외초청 5]
<플레이백> 미야케 쇼 | 2012 | Fiction | B/W | DCP | 113min (KN,E)

[해외초청 6]
<미야모토> 마리코 테츠야 | 2019 | Fiction | Color | DCP | 129min (K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