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2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경계와 침묵을 넘는 영화적 여정, 양영희.

사진▲ [왼쪽부터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경계와 침묵을 넘는 영화적 여정, 양영희.

 

양영희 감독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2021)는 2021년 DMZ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고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국민 국가가 강제하는 국경선의 논리와 냉전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넘어서, 오랜 침묵 속에 남아있는 상흔을 감싸안는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양영희 감독이 20여년 가까이 치열하게 기록해왔던 가족 다큐멘터리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 영화가 일본과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많은 화제를 낳으며, 동시에 많은 관객들이 양영희 감독의 전작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5)과 <굿바이 평양>(2009)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왔다. 따라서, 2022년 서울독립영화제가 아카이브전을 통해 최초로 선보이는 두 영화의 리마스터링 버전은 개봉 당시와는 또 다른 울림을 가지며 관객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된다.

북한과 일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신의 가족을 기록하는 양영희 감독의 영화는 이데올로기로 봉합될 수 없었던 조국과 가족, 가족과 나 사이의 빈틈을 예민하게 포착해왔다.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북에 보내진 오빠들, 그리고 일본에서 홀로 남아 자란 자신의 이야기는, 냉전 시기 한국의 역사에서 삭제되고 침묵당한 재일조선인의 이주의 역사를 오롯이 펼쳐보인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조총련계 재일조선인은 반공영화에서의 스파이, 혹은 남한을 전복시키려는 용공세력으로 재현되거나 혹은 그 존재 자체가 재현의 영역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세 편의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이르러, 많은 재일조선인들이 남한이 아니라 북한을 조국으로 택하고, 그 믿음으로 자신의 가족들을 재이주시켰던 이유가 남한에서 벌어진 학살과 강요당한 침묵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양영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삼부작은 국가 간의 경계를 넘는 동시에 그 경계의 정당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불어, 자신과 가족의 다큐멘터리를 기록하는 영화 감독들이 감당할 수 밖에 없는 텍스트 안과 밖의 상호 작용은 세 편의 영화를 끌고가는 동력이자, 장애물이며, 또한 다큐멘터리적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낸다. <디어 평양>을 만든 이후,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양영희 감독은 북한에 입국하는 것이 무기한 금지되었고, 조총련은 감독에게 사과문을 쓸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과문을 쓰는 대신, 양영희 감독은 자신이 이전에 찍었던 푸티지를 편집하여, 북에 있는 자신의 조카 선화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다큐멘터리, <굿바이 평양>을 만들었다. 이 두 다큐멘터리는 자신의 영화적 작업이 북에 있는 가족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자신의 위치에 대한 성찰 속에서 만들어졌고, 침묵의 순간에 터져나오는 다큐멘터리적 진실의 힘을 오롯이 보여준다. 이번 상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 양영희 감독이 만들었던 첫번째 극영화 <가족의 나라>(2012)는 다큐멘터리적 기록이 불가능했던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와 현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적 진실이 공명하는 새로운 영화적 실험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텍스트 외적으로도 양영희 감독의 영화는 국민 국가 단위로 영화를 사고하는 소위 “내셔널 시네마” 혹은 “민족영화”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양영희 감독의 극영화 <가족의 나라>는 일본의 저명한 영화잡지 “키네마 준뽀”에서 그 해 최고의 일본 영화로 선정되었으며, 또한 같은 해 미국의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에 일본의 후보작으로 출품되었다. 이는 패망 이후 재일조선인의 존재를 차별하거나 부인하고 게토화시켰던 일본영화의 경계를 되묻는 계기를 만들었다. 더불어, 그로부터 15년 전인 1998년, 양영희 감독의 단편, <흔들리는 마음>의 저작권이 90년대 말 한국독립영화라는 장에서 배제되었던 사건이 2020년 다시 논의의 장에 등장하였다. 이는 “한국”과 “독립”이라는 이념이 제외시킬 수 있는 여러 다양한 목소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뼈아픈 사건이었으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이런 여러 맥락을 염두에 둘 때,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양영희 감독의 리마스터링 전작들을 상영하는 것은, 이념과 경계를 넘어 온 그녀의 작업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온전히 바라보며, 우리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고려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술확산연구소 연구교수 김소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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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아카이브전 3]
디어 평양
양영희 | 2005 | Documentary | Color | DCP | 108min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4]
굿바이, 평양
양영희 | 2009 | Documentary | Color | DCP | 82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