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2 본선 장편경쟁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2022의 본선 장편경쟁 부문 심사를 맡은 세 명의 심사위원은 기대와 설렘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13편의 독립영화 세계와 마주하였습니다. 후보에 포함된 영화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으며, 창작자가 마주한 세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영화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즐거운 고심 속에 공통적으로 표출된 견해는 얼마만큼 성실하게 영화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보다 새롭게 자신이 그려 내고자 하는 세계를 영화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3인의 심사위원이 장편경쟁 부문 대상으로 선택한 작품은 이정홍 감독의 <괴인>입니다.
감독은 익숙한 화법, 선 굵은 이야기 전개에 관심 없어 보입니다. 예상을 살짝 벗어난 인물들의 선택, 반응들이 어딘가 엉뚱하고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희미하게 제시되었던 암시들은 기대와는 다르게 가지치기를 합니다. 이 잔잔한 괴이함이 많은 영화에서 폐기될 법한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적 이면에 우리들을 진심으로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아하고 정교한 카메라, 담담하게 몰입한 연기자들과 함께 감독은 이면을 접하는 시간들이 삶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끝내 증명해 냅니다. 각기 다른 성향이 부딪히면서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지, 평범할 수도 기이할 수도 있는 인간들의 ‘관계 심리’에 깊게 파고든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시점으로 주변인들의 기이함을 마주하다가 엔딩에서의 한순간, 관찰자 시점으로 주인공에게 전환된 그 순간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여하게 된 박세영 감독의 <다섯 번째 흉추>는 혐오와 매혹이 시각적으로 넘나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내기 위한 감독의 집요함과 극한의 성실함 그리고 빈약한 것들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엄격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외적 미덕들이 감독의 상상력, 미적 경험들과 맞물리면서 고유한 영화적 쾌감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강한 생명력의 보존과 성질을 보면서 시나브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게 되는 묘한 해석의 감정을 전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13편의 영화를 보면서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관객과 공유하기 위한 집요함과 성실함 그리고 이전과 다른 세계를 창조해 내려는 시도들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창작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많은 작품들이 소중한 관객들과 만나면서 더욱 주목받고 회자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겠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 본선 장편경쟁 심사위원 일동
박동훈(영화감독)
조영각(프로듀서)
조은지(배우/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