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2 새로운선택 단편 선정의 변


시대가 바뀌면 세상을 바라보는 창작자들의 시선 또한 그에 맞춰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의 시대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살았습니다. 보통의 생활에 제한이 가해지면서 삶은 지난해졌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상상력의 힘은 한계를 넘어 이전보다 더 에너지 넘치는 방식으로 진행된 듯합니다. 그의 증거가 바로 새로운 선택 단편 부문에 선정된 13편의 작품입니다.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라고 단순히 규정하기에 지금 소개하는 다섯 작품은 감독의 연출 태도와 극 중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달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배달 라이더의 고단한 하루를 다룬 <문 앞에 두고 벨 X>는 배우 출신 이주영의 연출작입니다. <좋은 집>은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집 계약이 거절된 어린 고객을 향한 초보 공인중개사의 난처한 입장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자연발화>와 <빛>은 한 줄기 희망을 바라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 때문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상황이 공통의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전자는 속이 타들어 가는 마음을 신체에서 발화하는 과감한 이미지로, 후자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 갇힌 인물의 처절한 사투로 묘사합니다. <을지로>는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이 겪는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제목의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풀어가는 로맨스물입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선정된 장르물은 사실적인 설정에 장르의 요소를 더해 허구의 재미를 취하면서 현실의 의미를 강화하는 만듦새로 눈길을 끕니다. 가부장을 좀비의 속성으로 바라보는 <그리고 집>은 딸의 마지막 결정이 중요한 메시지가 되는 작품입니다. <소녀>는 자신을 집에 가둔 소녀의 위태로운 상황이 뻔한 설정으로 보이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반전을 꾀합니다.

지금 소개할 두 작품까지 포함해 새로운 선택 부문에서 장르로 분류되는 영화는 모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신병이 든 해녀 모녀가 등장하는 <바르도>와 촬영 카메라를 파손한 이를 추적하는 두 친구의 추리를 다룬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는 사회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기존의 여성 소재의 작품에서 여성 서사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진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러닝타임이 35분인 <두억시니가>는 단순하게 시간만 긴 작품이 아닙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가문의 비극을 사극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을 법한 연출자의 기세가 보는 내내 느껴질 정도입니다. 광활한 모래 언덕과 닫힌 구조의 모래시계를 등치해 사랑의 기억에 관해 말하는 <크로노스>도 올해의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이라 할 만합니다.

다큐멘터리는 눈에 보이는 사건과 현상의 이면을 깊이 파고들 때 위력을 발휘하는 장르입니다. <선 댄스>는 태양을 시작으로 방주와 콘크리트와 올림픽 등의 의미를 연상법으로 짚어가며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의 역사를 풀어갑니다. 사진이 가진 왜곡의 속성으로 억압받아온 여성의 역사를 짚어 보는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도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13편 작품의 선정의 변은 해당 영화에 관한 일종의 설명서일 뿐 관람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관객에게는 관객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심사위원들이 설명한 것과 다른 여러 가지 의미와 재미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13편의 작품을 새로운 선택 부문에 선정한 이유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위원회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22 집행위원장)
박수연(프로그램팀 팀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