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2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2022 새로운선택 부문에서 상영된 13편의 단편과 7편의 장편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퍼즐이 한 조각씩 맞춰지는 듯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될 때마다 어디선가 마주쳤을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영화가 시작되면 앞서 본 그 사람들을 스쳐갔을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영화 속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다양해서 일정한 맥락으로 꿰어지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순전히 모르고 있던 사람들, 불편해서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마음이 아파서 감추고 있던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곁에 있었던 누군가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가혹한 운명 속에서, 폭력적인 조건들 속에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의 조건들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정치 속에서, 인정하기 싫은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들의 새로운 선택들과 이들을 영화에 담아낸 독립영화인들의 새로운 시선들의 정체를 찾아내느라 머릿속이 분주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우리 삶의 다양한 결을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낸 20편의 영화들 중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 2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새로운선택상 수상작은 반박지은 감독의 <두 사람>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극장에 앉아 불이 꺼지면 영화는 곧장 우리를 다른 세계와 우주로 데려다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반박지은 감독의 <두 사람>에 오늘에서라도 늦지 않게 도착한 것에 안도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뒤늦게 영어 제목(Life Unrehearsed)을 인지하고 작은 전율이 일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나를 대신한 리허설이 되어 주었을 테니까요. 이수현 님, 김인선 님의 삶이 발견되도록, 우리 앞에 눈에 띄게 만들어 주신 반박지은 감독님께 감사와 수상의 축하를 전합니다.

새로운시선상 수상작은 김남석 감독의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입니다.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마치 누구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제목에서 역설하는 듯합니다.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는 답답함과 불안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 맞춘 편집이 풍성하고 유쾌하게 어우러져 새로운 실험을 합니다.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부터라도 시작한 것을 보여 줍니다.

코로나 시기에 영화 만들기에 분투했을 프레임 안과 밖의 모든 독립영화인들에게 동료로서 뜨거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위원 일동
안재훈(영화감독)
이란희(영화감독)
임선애(영화감독)